'루트 스포일러'는 NO!…"돕고 싶어도 꾹 참는 게 매너"
실내 암벽등반 시설은 인공암벽과 매트리스 바닥으로 구성된다. 실제 암벽보다 훨씬 안전하고 편리하다. 하지만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이곳에서도 크게 다칠 수 있다. 즐거운 실내 암벽등반을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암벽등반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타인에 대한 배려다. ‘매너가 안전한 암벽등반을 완성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등반에 임해야 한다.

매너는 등반을 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매트 위에 앉아 있거나 물건을 올려두면 안 된다. 다른 사람과 충돌하거나 물건에 부딪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암벽화를 신지 않고 맨발로 등반해선 안 된다. 부상당할 위험이 있다.

등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매트 아래에서 어떤 방식으로 오를지 루트를 확실하게 결정해야 한다. 매트에 올라선 뒤 벽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거나 머뭇거리는 건 다른 대기자에게 실례다. 자신이 도전해보려고 하는 루트 주변에서 다른 사람이 먼저 등반하고 있다면 기다려야 한다. 혹시나 동선이 겹칠 경우 상대방에게 방해가 되고,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등반을 마친 뒤 내려올 땐 뛰어내리지 말고 되도록 천천히 ‘다운 클라이밍’으로 내려오는 게 중요하다. 서둘러 내려오다 다치거나 다른 사람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다운 클라이밍을 할 때는 주변 시야를 확보한 뒤 내려와야 한다. 눈높이와 가슴 높이 사이에 있는 홀드를 잡아야 한다. 너무 낮은 위치에 있는 홀드를 잡고 이동하면 무게중심을 잃고 추락할 수 있다.

뛰어내리는 방법도 있긴 하다. 중심을 잃었을 때, 올라갈 때 힘을 모두 소진해서 더 이상 등반이 불가능할 때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때도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뛰어내릴 때 양발 간격은 11자 어깨너비로 하고, 착지할 때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허벅지로 지탱하며 무릎을 굽히면서 하강 속도도 줄여야 한다. 착지한 뒤 ‘뒤구르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수월하다. 뛰어내릴 때 손목으로 매트를 짚거나 엉덩방아를 찧으면 다칠 위험이 있다.

등반하지 않을 땐 관전자가 된다. 다른 사람의 등반을 구경할 때도 매너가 있다. 불필요한 ‘루트 스포일러’는 금지다. 루트는 기본적으로 도전자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더라도 도전자가 직접 헤쳐나갈 수 있도록 응원만 하는 게 맞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