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출간

영상, 설치미술, 영화 등을 만드는 작가 이정식이 쓴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글항아리)은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동성애자들의 밀도 깊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책에서 저자가 만난 이들은 주로 우리 사회에서 겉도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 가출을 하고, 성전환한 후 업소에서 일하기도 하며, 욕망을 찾아 게이 사우나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저자도 그랬다.

10대 시절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껴 집을 나와 시설에서 지냈던 가출 청소년이었다.

병역 거부로 교도소 생활도 했다.

2013년에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책에는 실존한, 혹은 실존했던 인물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자의 친구 '하나'는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본의 한 업소에서 일하다 살해됐다.

범인이 잡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부모가 자식이 '이상한 사람'과 어울려 지낸 사실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 모든 이야기 경로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의 트랜스젠더 상당수가 일본 삿포로, 신주쿠, 요코하마, 나고야 등으로 건너가 성 노동자로 활동했다고 한다.

이들은 '미스 코리아'라고 불렸는데, 수시로 살해 협박에 노출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이외에도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학대, HIV에 걸렸다가 림프종까지 겪은 환자의 이야기 등을 담았다.

그런 이야기 속에는 지독한 가난이 있고, 지독한 욕망도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햇빛 한 조각 없는 곳에서 살아간다.

"엄마에게 HIV에 걸린 자식을 둔 게 나을까, 자살한 자식을 둔 게 나을까.

둘 중 슬픔의 무게는 어떤 게 더 무거울까.

"(129쪽)
176쪽. 1만5천원.
차별받는 이들이 남긴 생의 흔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