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기획전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
평화의 상징이었던 '닭둘기'…미술로 보는 인간과 자연
평화의 상징으로 88올림픽 개막식을 누비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도시의 골칫거리 신세다.

사람이 주는 간식이나 음식 쓰레기 등을 먹고 비대해지고 개체 수가 급증한 비둘기는 '닭둘기'라고 불리며 퇴치 대상이 됐다.

비둘기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상황일 수 있다.

인간 관점에 따라 평화의 상징에서 유해 동물로 처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와 경계의 문제를 살펴보는 기획전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를 13일 청주관에서 개막했다.

전 세계적 감염병 사태 속에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자연을 바라보던 기존 관점에 대해 질문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전시다.

동물과 식물, 인간이 함께 사는 방식을 탐구하며, 미술은 어떤 방식으로 이를 담아내는지 살펴본다.

금혜원, 김라연, 김이박, 박용화, 박지혜, 송성진, 이창진, 정재경, 한석현, 김미루, 정찬영, 이소연, 최수앙 등 13명의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총 87점을 선보인다.

박지혜는 비둘기 조형 신작을 통해 인간의 생각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대상을 이야기한다.

기피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비둘기의 입장을 '아시다시피(AS YOU KNOW)'라는 자조적인 문장으로 표현한다.

박용화는 인간에 의해 재구성된 동물원 우리 속 동물들의 모습을 시각화한다.

동물원을 그린 그림 속에 야생 호랑이들이 등장하는 벽화를 등장시켜 동물원과 대자연 속 동물의 삶을 교차시킨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앞에는 개관 전부터 목련 세 그루가 있었다.

그러나 2019년 늦여름 무렵 목련 나무는 무성했던 잎을 떨구기 시작했고, 두 그루는 이미 죽어 곧 베어지게 됐다.

한석현은 폐목재를 모아 죽은 목련과 함께 다시 나무 형태 작품으로 만들었다.

정재경은 미술관 주변의 비둘기를 암호와 같은 형상으로 포착한 신작 영상을 제작했다.

비둘기는 목련과 더불어 개관 전부터 청주관 터에 자리를 잡고 있던 존재다.

청주시와 국립현대미술관은 일대에 서식하며 배설물 등으로 피해를 주는 비둘기 떼를 퇴치하기 위한 다양한 작전을 벌여왔다.

전시는 11월 21일까지.
평화의 상징이었던 '닭둘기'…미술로 보는 인간과 자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