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유통정보 공개 시스템을 둘러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대립이 길어질 전망이다. 출협이 구축한 도서판매정보 공유 시스템에 200곳 넘는 출판사가 참여하면서다.

출협은 ‘저자·출판사 도서판매정보 공유 시스템’에 200여 개 출판사가 참여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1일 공문을 통해 회원사에 시스템 구축 방침을 알린 지 1주일 만에 문학동네, 열린책들, 김영사, 알에이치코리아, 미래의창, 은행나무, 현암사, 학지사, 비상교육 등 주요 단행본 출판사를 비롯해 학술 출판사인 박영사, 교문사 등이 참여했다. 유통구조가 복잡해 대다수 출판사가 자사 책 판매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힘든 데다 인세 지급과 관련한 저자들의 불신이 커진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예상보다 많은 출판사가 참여했다는 분석이다.

이 시스템은 출판사들이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판매량 정보를 통합해 저자에게 제공한다. 이달 일부 출판사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행한 뒤 다음달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하지만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오는 9월 개통할 예정인 출판유통통합전산망과 일부 기능이 겹쳐 불필요한 중복 운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체부의 통합전산망은 책 생산부터 판매까지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재고 관리 등 유통 현황 파악에 초점을 맞춘 까닭에 저자가 직접 자신의 책 판매량을 확인할 순 없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시스템을 개발한 출협은 "판매정보 시스템은 진흥원의 전산망과는 다른 기능과 목적을 가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다수 출판사는 문체부와 출협 시스템의 성격 차이가 큰 만큼 일단 두 시스템에 모두 가입한다는 분위기다. 향후 시스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출판업계에선 서로 다른 두 개의 전산망이 생겨 혼란이 빚어진 원인으로 문체부에 대한 출협의 뿌리 깊은 반감, 문체부 통합전산망 구축에 참여한 한국출판인회의와 출협 간 알력 등을 꼽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