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비틀쥬스', 유쾌하고 압도적인 긴장감…'마법 같은 무대'
유쾌하면서도 압도적인 텐션(긴장감)이 객석을 휘몰아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마법 같은 무대에 지루할 틈이 없다. 지난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비틀쥬스’(사진)는 올여름 최고 기대작답게 화려하고도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기괴하고 익살스러운 연기로 재미

비틀쥬스는 CJ ENM과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하고, CJ ENM이 제작했다.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인데, 다른 나라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보기 힘든 대규모 뮤지컬의 초연인 만큼 개막 이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잇단 개막 연기는 오히려 기대치를 높였다. 본래 개막일은 지난달 19일이었는데, 무대의 기술적 보완을 위해 두 차례 연기됐다. 작품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팀 버튼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공연은 영화와 동일하게 98억 년을 산 유령 비틀쥬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배우 정성화와 유준상이 비틀쥬스 역을 맡았다. 비틀쥬스는 사람의 눈에 보이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고, 나아가 ‘이승 영주권’을 얻어 인간이 되려고 한다. 정성화는 이 과정을 시종일관 기괴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연기로 펼쳐보였다. 자칫 분위기를 어색하게 할 수 있는 대사와 동작도 능숙하게 처리했다.

2막에서 정성화를 포함해 9명의 비틀쥬스가 한 무대에 갑자기 나타나 춤을 추는 장면도 매우 흥미로웠다. 세상을 떠난 엄마를 찾아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소녀 리디아 역의 홍나현도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무대를 압도했다. 정성화와 홍나현 등 배우들은 수많은 대사를 쉼 없이 쏟아내며 실수 없이 매끄럽게 이어나갔다.

장면마다 다양한 의상과 콘셉트로 등장하는 앙상블은 판타지 세계를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들은 아담·바바라 부부의 집에서 해골 앙상블로 등장하는가 하면 저승에선 하키 선수, 소방수, 머리가 쪼그라진 유령 등으로도 나온다. 변화무쌍한 앙상블 덕분에 만화 속 세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다양한 연출과 특수효과로 판타지 구현

다른 공연과 가장 차별화된 점은 다양한 기법이 적용된 무대 연출이다. 유령이 된 아담과 바바라 부부의 낡은 집 1층과 2층 다락방이 주요 배경인데, 이 공간은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디자인과 분위기로 탈바꿈한다. 이들이 벽에 네모를 그리면 저승으로 가는 문이 생기고 그 길이 나타나는 것도 신기하다.

각양각색의 특수효과가 펼쳐져 마치 재밌는 서커스를 보는 듯하다. 소품들이 무대 아래에서 튀어나오면 비틀쥬스는 이를 정확히 받아내고 대사를 이어간다. 비틀쥬스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불꽃도 여기저기서 튄다.

다만 1막에서 각 캐릭터와 상황을 직접 관객에게 설명하거나 이를 소개하는 장면을 군데군데 넣다 보니 느슨한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의 길이를 짧게 조정한다면 느슨함이 줄고 긴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2막에선 리디아가 마음을 바꿔 아버지를 이해하고 이승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다소 어색하고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더 촘촘하게 연결된다면 좋을 것 같다. 공연은 다음달 7일까지 이어진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