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진상면 한 마을 산사태로 주민 1명 매몰…구조 중
"살아만 있길"…가족·이웃 애타는 마음으로 구조 기다려

어머니를 잃은 자식은 우산도 쓰지 않고 폐허가 된 집터를 헤맸다.

6일 오전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의 한 마을은 굵은 비가 쉴 새 없이 내렸다.
'검붉은 토사와 잔해만'…산사태가 할퀴고 간 삶의 터전
여느 때 같으면 들로 일을 갔을 시간이었지만 A(82·여)씨는 오전 6시께 밀려든 토사에 휩쓸려 매몰됐다.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면사무소 직원과 휴대전화로 연결됐지만, 대답은 없었다.

한때 A씨의 휴대전화가 통화음이 뜨자 가족들이 놀라기도 했지만, 한꺼번에 통화가 몰리면서 통화음이 뜬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음파 탐지기를 비롯해 119 특수구조대를 투입해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비가 강하게 내리는 데다 비를 머금은 잔해가 무거워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은 흘러내린 토사로 폐허가 됐다.

마을 위쪽 전원주택 공사 현장에서 떠밀려 내려온 바위와 엄청난 양의 토사는 수령 20∼30년의 밤나무를 모두 집어삼켰다.

A씨의 주택과 창고는 토사에 완전히 묻혔고, 인근에 있던 한 주택도 완전히 매몰됐으나 내부에는 사람이 없어 추가 매몰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집 뒤로 바위와 토사가 흘러내려 간신히 목숨을 구한 이모(76)씨의 집도 위태로워 보였다.

토사는 이씨의 집 지붕과 뒤편까지 차올랐으며, 쉴 새 없이 붉은 흙탕물이 흘러내렸다.

소방당국이 굴삭기 등 중장비를 이용해 토사를 걷어내자 피해 주택은 참혹한 몰골을 드러냈다.

철제 구조물은 힘없이 구부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폭격을 맞은 듯 벽과 타일 잔해가 엉켜 있었다.
'검붉은 토사와 잔해만'…산사태가 할퀴고 간 삶의 터전
토사가 유출된 곳은 마을 위에 공사 중인 전원주택 현장으로 1.5m 높이의 석축이 20여m가량 무너져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19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업체는 위험하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올해 1월 석축을 쌓았다.

광양시는 주민의 민원을 접수하고 업체에 사면 안전성 검토를 받을 것을 제안했으나 업체 측은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