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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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시행된 '헬멧 착용 의무화'(개정 도로교통법)에 공유킥보드 이용률이 반토막 났다고 업체들이 주장했지만, 헬멧 도입 업체는 오히려 이용률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성 떨어지는 규제"라고 주장한 공유킥보드 업계의 반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용자들은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업체들이 이용자 안전보다는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용자들은 "안전 관련 규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규제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도리어 규제 수위를 낮춰 달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헬멧 반대 여전…"속도 제한할 테니 규제 완화해달라"

2일 업계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에 대한 일부 공유킥보드 업체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특히 업체들이 문제삼는 것은 헬멧 관련 조항이다.

업체들도 헬멧 착용을 권장해야 한다는 원론에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업체 차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부터 덜컥 시행된 데다 미착용 시 범칙금까지 물리는 탓에 킥보드 이용에 대한 거부감만 키웠다고 주장했다. 공용 헬멧의 위생 문제도 거론된다.

이들 업체는 킥보드 이용률이 규제 시행 이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점을 들어 "헬멧 규제는 과도한 조치"라고 했다. 공유 킥보드 업체 14곳으로 구성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의회(SPMA)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이후 열흘간 집계한 업체들의 일평균 이용률은 기존 대비 50~60% 가량 떨어졌다.

위기감을 느낀 라임코리아·머케인메이트·스윙·윈드·하이킥 등 5개 업체는 지난달 초 공동입장문을 통해 최고 속도를 기존 25km/h에서 20km/h로 낮출 테니 헬멧 단속 범위를 수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헬멧 선두주자 뉴런, 개정법 시행 후 이용률 2배 늘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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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내에서 헬멧을 유일하게 비치한 뉴런 모빌리티 상황은 다르다. 뉴런 모빌리티는 "헬멧 착용 의무화 이후 오히려 이용률이 60%, 많게는 2배 늘었다"고 밝혔다. 개정안 시행 직전부터 실효성이 떨어지는 규제라며 반대하던 일부 업체들의 우려를 불식시킨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개정법 시행 전날 뉴런 모빌리티가 비영리 안전 시민단체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과 만 18세 이상 성인 2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전동킥보드 안전 헬멧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9.2%가 운영사가 제공하는 헬멧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헬멧 규제 때문에 킥보드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0.5%에 그쳤다.

국내에선 킥보드의 도로 이용을 허용하므로 헬멧 착용 규제가 단속 측면에서 더 강력해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처럼 헬멧 비치 여부는 공유 킥보드 업체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 최근 하이킥, 알파가 등 공유킥보드 업체들이 헬멧을 도입하고 나선 이유다. 하이킥은 지난달 28일부터 스마트 잠금장치가 적용된 헬멧을 탑재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헬멧 위생 관리가 가능한 스마트 헬멧 케이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알파카도 5월 초 공유 헬멧을 모든 킥보드에 부착하고 인공지능(AI) 헬멧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쿠터를 비롯한 2~3개 업체들도 헬멧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업체들이 헬멧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건 비용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헬멧 도입을 반대하는 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업체들 입장에선 헬멧 구비에 자금을 투자하는 것보다 킥보드 대수를 늘리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우선은 규제 완화를 주장하겠지만 점차 헬멧을 도입하는 업체들이 늘 것"이라면서 "라임, 빔 등 해외에 사업체가 있는 업체들은 일부 지역에서 이미 헬멧을 비치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국내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