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무용 작업 우선 노력…백업 댄서 느낌 협업은 안 할 것"
앰비규어스 "지브리와 협업 관심…아이도 즐기는 애니 만들고파"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와의 협업에 관심이 있어요.

특히 아이들도 춤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요.

"
밴드 이날치와의 협업에 이어 최근에는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와의 협업으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은 현대무용단체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앰비규어스)가 앞으로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작업으로 애니메이션을 꼽았다.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의 연습실에서 만난 김보람(38) 예술감독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우리의 춤을 지브리의 그림으로 만들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며 "춤을 추고 춤을 가르쳐주는 작업인데, 많은 사람이 현대무용을 편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브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80)가 설립한 제작사다.

'이웃집 토토로'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유명 작품을 제작해 인기를 끌었다.

애니메이션 설계도인 레이아웃에 앰비규어스의 철학과 안무를 담고 싶다는 게 김 감독의 꿈이다.

김 감독은 100%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는 지브리의 레이아웃 작업 과정에서도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물론 앰비규어스가 이런 희망 사항을 갑자기 떠올린 것은 아니다.

10년 뒤 국민이 함께하는 체조란 주제로 지난해 진행한 '귀코 프로젝트'에도 나이를 떠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춤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평소 생각을 반영했다.

앰비규어스 "지브리와 협업 관심…아이도 즐기는 애니 만들고파"
김 감독은 "최근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싫지 않지만, 본연의 무용 작업을 우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백업 댄서 느낌의 협업은 안 할 것이다.

틀 안에 들어가야 하는 건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오랫동안 긴 호흡의 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이날치와 콜드플레이와는 좀 더 편하고 자유롭게 춤을 출 기회라서 함께했다"며 "가벼울 땐 가볍고 무거울 땐 무거운 작업도 하는 게 우리의 방향성"이라고 덧붙였다.

장경민(37) 대표도 "현대무용 장르가 많이 노출이 안 됐고 대중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며 "계속 경험하다 보면 현대무용에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관객들을 위해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앰비규어스는 작품을 구상할 때 주제에 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특정한 것을 만드는 방식보다는 무용수와 연습하고 대화하면서 떠오르는 영감을 즉흥적으로 반영하는 등 창의적인 방식으로 작업한다고 한다.

김 감독은 "춤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무용수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진 않다"며 "작품별로 평균 10명 남짓 무용수들과 작업을 하는데, 다들 춤을 좋아해 힘들더라도 서로 의지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안무 작업이나 연습할 때 무용수마다 다르게 조언하는 편이다.

현재 남은 유일한 2007년 창단 멤버이기도 한 장 대표는 "전체적인 이미지나 움직임을 쉽게 설명해준다"고 전했다.

7년째 앰비규어스 멤버로 활동하는 무용수 이혜상(33)은 "처음엔 다들 자신만의 방식으로 춤을 이해하다 보니 소통이 전혀 안 되지만 하나씩 맞춰간다"고 말했다.

앰비규어스 "지브리와 협업 관심…아이도 즐기는 애니 만들고파"
앰비규어스는 1주일에 4일, 하루 평균 6~7시간 정도 함께 모여 연습한다.

다음 달 9~10일 광명시민회관 상주단체로서의 첫 공연 '언더 더 쇼'를 시작으로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HIP合(힙합)'과 이를 발전시킨 지역 순회공연 '얼이섞다', '애매모호한 갈라쇼' 등 하반기 무대가 예정돼 있다.

앰비규어스는 최근에는 '2021 렛츠 디엠지(Let's DMZ) 평화예술제' 영상 촬영 작업을 마쳤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올해 10월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는 'DMZ 아트프로젝트 아카이브 전'에 공연 대신 전시 형태로 참여한다.

김 감독은 "2~3분 길이의 광고나 영상에 익숙해져 있다가 1시간짜리 영상을 찍으려다 보니 체력 소모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커 고생했다"며 "현장 공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장 대표도 "언성이 좀 높아지기도 했다"며 웃었다.

세 사람은 춤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이야기했다.

"여러 감정이 담긴 몸의 언어를 통해 다양한 소통 가능성을 찾고 싶어요.

"(김보람) "행복이나 즐거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장경민) "각자 신체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는데 고치려 하지 말고 사랑하면 좋겠어요.

"(이혜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