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호황에 뜨거워진 경매시장…서울옥션 낙찰총액 243억 '최고치'
서울옥션이 지난 22일 연 ‘제161회 미술품 경매’의 낙찰총액이 250억원에 육박하며 2008년 이후 국내 경매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미술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옥션은 이번 경매의 낙찰률이 87%, 낙찰총액은 24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발표했다. 낙찰총액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국내 최대 규모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경매 전 추정가 합계액(230억원)보다도 낙찰총액이 많았다”며 “미술시장 호황으로 작품을 구매하려는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매에서는 이우환의 ‘점으로부터’(1975)가 개인 최고가 기록을 경신해 주목받았다. 15억원에 출품된 이 작품은 호가 경쟁이 거듭되면서 22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작가의 이전 최고가 작품은 2019년 홍콩세일에 출품된 1984년 작품 ‘East Winds’(20억7000만원)였다. 일명 ‘무지개색 점화’로 불리는 김환기의 1971년작 ‘27-XI-71 #211’(사진)은 30억5000만원에 팔려 이번 경매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다른 한국 근대미술 작품들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유영국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추상화 ‘영혼’(1965)은 8억원에 출품돼 12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이중섭의 말년 작품 ‘가족’(1945)은 15억5000만원에 팔렸다. 해외 작품 중에서는 야요이 구사마의 2014년 작품 ‘Silver Nets (BTRUX)’가 18억원에 경매를 시작해 치열한 경합 끝에 29억원에 판매됐다. 검푸른 바탕에 은빛 안료로 작가 특유의 그물망을 화면 가득 리듬감 있게 그린 작품이다.

고미술 작품 중에서는 겸재 정선의 ‘동작진’이 4억4000만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시작가(1억5000만원)에 비해 세 배 가까이 가격이 뛰면서 정선의 낱폭 실경산수화 중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겸재의 종전 최고 기록 작품은 ‘백악부아암’으로 3억4000만원이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