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67㎜ 물폭탄에 쑥대밭…열 달 넘도록 일부 하천복구 손 못 대
주민들 늑장복구에 불만 토로…제천시 "행정절차 이행에 시간 걸려"

지난해 8월 2일 하루 367㎜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충북 제천시 봉양읍 삼거리.
지난 21일 제천시내에서 삼거리 본동마을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 수해복구 대상지임을 알리는 빨간색 깃발이 꽂혀 있었다.

하천 일부 구간과 농경지 등에는 응급복구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고, 복구공사가 진행된 산사태 발생지도 눈에 띄었다.

[물난리 그후] ③ "또 큰 비 오면 어쩌나" 불안한 제천 수해마을(끝)
이날 오후 삼거리 2반(두무실마을)의 한 집에 주민 예닐곱 명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스팔트로 된 좁은 마을길 바닥은 구멍이 뻥뻥 뚫려 있고, 길 끝 부분에는 차량 진입을 막는 '공사중'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 마을은 지난해 7월 29일부터 시작된 중부권 집중호우 때 농경지 침수·유실, 도로 유실 등 피해를 봤다.

마을상수도 물탱크도 쓸려 내려온 토사와 나뭇가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졌다.

제천시는 임시 물탱크를 설치해 주민들의 물 걱정을 덜어줬다.

[물난리 그후] ③ "또 큰 비 오면 어쩌나" 불안한 제천 수해마을(끝)
이번 공사는 광역상수도 공급까지 염두에 두고 새 물탱크 설치, 정수시설 복원, 관로 매설을 하는 것으로 지난 5월 19일 시작됐다.

공사 기간은 8월 16일까지로 돼 있다.

제천시 수도사업소는 "설계와 일상 감사, 계약 심사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느라 5월에 공사를 시작한 것"이라며 "농사철이니 생활 불편이 없도록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두무실마을을 지나는 돌모루천 재해복구(기능복구) 공사도 아직 착수 전이다.

마을 입구 다리 아래에는 수해 쓰레기가 그대로 쌓여 있었고, 바로 옆 묘지 주변 땅도 유실된 채 방치돼 있었다.

[물난리 그후] ③ "또 큰 비 오면 어쩌나" 불안한 제천 수해마을(끝)
주민 박종수(72)씨는 "수해 때 다리 앞 마을 진입도로가 일부 깨졌는데 수해복구 차량이 다니면서 더 심해졌다.

자칫 무너지면 동네가 고립될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조금 있으면 장마가 시작될 텐데 하천 공사는 시작도 안 하고 있다.

언제부터 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들렸다.

제천시는 실시설계, 행정안전부 심의 등 행정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돌모루천 재해복구 공사도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이길순(65) 삼거리 2반장은 "예산 얘기를 하던데 곡식을 심기 전에 하천 공사를 해야 했다"며 "장마철이 시작되는 만큼 당장은 다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난리 그후] ③ "또 큰 비 오면 어쩌나" 불안한 제천 수해마을(끝)
두무실마을에서 차로 2분 거리에 있는 본동마을도 지난해 물난리를 겪은 곳이다.

삼거리천이 범람해 일대가 물바다를 이뤘고, 산에서 토사가 밀려 내려와 벼와 밭작물 등을 덮쳤다.

응급복구만 한 달이 소요됐다고 한다.

멀리 마을 뒤쪽으로 복구를 마친 산사태 발생지와 아직 손을 대지 않은 듯한 산사태 발생지가 눈에 들어왔다.

[물난리 그후] ③ "또 큰 비 오면 어쩌나" 불안한 제천 수해마을(끝)
수해 당한 농경지에는 옥수수 등 작물이 잘 자라고 있었지만, 삼거리천은 아직 재해복구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삼거리천(6.69㎞) 월류로 주택 매몰 1채, 농경지 침수·매몰·유실 12㏊, 제방 붕괴·범람(3,468m)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액만 24억900만원에 달한다.

제천시는 삼거리천 정비종합계획을 토대로 262억원을 들여 8월부터 50년 설계빈도로 축제(8,635m), 보축(652m), 기능 복구(458m), 교량(11개) 재가설, 보·낙차공(18개소) 설치, 사방댐(3개소) 설치, 야계사방(492m) 등 공사를 벌인다.

[물난리 그후] ③ "또 큰 비 오면 어쩌나" 불안한 제천 수해마을(끝)
보상 면적은 212필지 7만901㎡이다.

시는 실시설계, 공법 심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지표조사, 설계 안전성 검토, 농지·산지·하천·도로 점용 관련 인허가 등 행정절차 이행으로 8월에야 착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학용(63) 삼거리 이장은 "2019년에도 하천이 범람했는데 작년에 워낙 피해가 심하다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분위기가 마을에 형성돼 있다"며 "사업 예정지 보상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할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조용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