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백신을 대량 도입한 국가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재확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백신의 효과가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몽골과 바레인, 칠레, 세이셸군도 등은 중국 백신을 바탕으로 ‘올 여름 경제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으나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에서 신규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상위 10개국에 포함돼 있다.

몽골 등은 전체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이 50~68%로, 절반을 넘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완전 접종 기준 4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중국에서 제조하는 시노팜·시노백 제품을 주로 접종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미국이 화이자·모더나에 의지하고 있는 점과 다르다. 미국에선 광범위한 백신 접종 이후 지난 6개월동안 신규 감염자 수가 94% 급감했다.

중국 백신의 안전성 논란과 함께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중국 백신은 현재 90여개 국가에서 접종이 허용된 상태다.

또 중국 정부가 ‘백신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시노팜 등을 적극 배포하고 있어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중국산 접종률이 높은 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시노팜 등의 보관·운반이 쉽다는 점을 들어 ‘글로벌 공공재’라고 부르기도 했다.

백신 효능은 신규 감염자 수로도 간접 비교할 수 있다. 화이자를 주로 도입한 이스라엘의 경우 신규 감염자 수는 100만 명당 4.95명뿐이다. 중국 시노팜에 의존하는 세이셸군도의 감염자 수는 같은 기준으로 716명을 넘고 있다.

몽골의 오트곤자갈 바타르 씨는 시노팜을 2회 접종한 지 한 달만에 코로나에 걸려 9일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그는 NYT 인터뷰에서 “백신을 맞으면 다시 감염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고 실망했다.

홍콩대의 바이러스 전문가인 진 동얀 교수는 “중국 백신이 충분히 괜찮은 제품이라면 (몽골 등에서) 이런 재감염 패턴을 보여선 안 된다”며 “중국이 사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노팜 백신의 항체 형성률은 78%, 시노백은 51%라는 게 각 제약사들의 설명이다. 다만 시노팜 등은 구체적인 효능에 대한 NYT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NYT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극복 정도는 각국 정부가 어떤 백신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