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5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태양의 노래’.  신스웨이브 제공
다음달 25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태양의 노래’. 신스웨이브 제공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지난해부터 세계 공연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온라인 공연이 열렸지만 공연 현장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1일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공연 현장을 찾기 어려운 관객들의 아쉬움을 해소시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관객이 있는 현장 공연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기 때문이다. 영상을 통해 배우들의 호흡,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까지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다.

공연제작사 신스웨이브는 이를 위해 ‘메타씨어터’라는 플랫폼을 따로 만들었다. 국내 공연 제작사가 독자적인 중계 플랫폼을 구축한 건 처음이다. 신스웨이브는 메타씨어터에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147개국에 창작 뮤지컬을 실시간 중계하고 주문형비디오(VOD) 등도 제공한다. 과감한 도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정화 신스웨이브 대표(사진)를 최근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해외서도 ‘방구석 1열’ 창작 뮤지컬

신정화 신스웨이브 대표 "창작 뮤지컬 실시간 중계…도약의 기회 잡았죠"
신 대표는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처음엔 KBS와 SBS의 라디오 작가로 활동했다. 이후 영화에 관심을 두고 영화계로 진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팀장, 영화기획사 대표 등을 지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창작 뮤지컬에 대한 얘기를 듣고 공연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2014년 공연 제작사 신스웨이브를 설립하고 뮤지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온에어’ ‘어쩌면 해피엔딩’ 등으로 일본 시장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 열풍을 일으켰다.

“공연 사업을 하면서 ‘너무 힘들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말이 너무 싫었어요. 온라인 중계는 공연 사업도 잘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공연산업 패러다임이 확 바뀌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해온 신 대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공연 영상화를 추진했다. “해외에서 작품을 자주 올리다 보니 영상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외국 관객들도 한국 뮤지컬을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이 뭘지 고민했던 거죠. VOD만 하면 철 지난 프로그램북만 제공하는 것 같아서 공연의 생생한 현장성까지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메타씨어터 이용자의 70%는 외국 관객이다. 가장 많이 접속하는 지역은 미국이다. 공연 수출이 쉽지 않은 코로나 시대에 영상 플랫폼 하나로 외국 관객들이 한국 공연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것. 메타씨어터뿐 아니라 국내외 극장에서 ‘태양의 노래’를 라이브 뷰잉(실황 중계)으로도 선보이고 있다.

로봇 통해 다각도 촬영까지

최근엔 더욱 실감나는 영상을 위해 ‘협동 로봇’도 활용하고 있다. 무대 양옆에 카메라를 장착한 긴 팔 로봇을 배치한 것. 공연 현장에서 관객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카메라를 설치해야 해서 객석은 줄었다. 대신 정면에서 보는 장면 위주인 기존 온라인 공연과 달리 양쪽 옆에서도 무대를 비출 수 있게 됐다.

“많은 분이 로봇 사용을 반대했어요. 저도 과연 로봇이 무대를 잘 찍을 수 있을지 두려웠죠.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로봇이 프로그래밍된 대로 정교하게 다양한 구도로 촬영해 줘서 정말 놀랐죠.”

메타씨어터를 통해 다른 제작사들의 공연 송출도 대행할 예정이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폐막식도 전 세계에 송출한다.

신 대표는 “국내에서 제작되는 작품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 작품도 이 플랫폼에서 송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신작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올릴 계획이다. 올해엔 일본 연극을 원작으로 한 ‘이퀄’을 선보이고, 내년엔 영화 ‘역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올릴 예정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