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산업의 뜨거운 화두로 등장한 메타버스를 분석·조명하는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메타버스가 각 분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를 생소하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와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의 합성어. 현실과 가상세계의 융합을 가리킨다.
정보기술(IT) 트렌드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이임복 씨는 지난 15일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천그루숲)를 출간했다. 메타버스가 주목받게 된 이유와 메타버스의 유형, 최근 관심이 높아진 대체불가토큰(NFT) 등에 대한 설명을 담았다.
IT 전문가인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도 이에 앞서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한스미디어)를 선보였고, 지난달 말엔 대표적 메타버스 전문가인 김상균 강원대 교수와 투자 전문가 신병호 씨가 함께 쓴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베가북스)도 출간됐다.
메타버스의 개념을 처음으로 선보인 닐 스티븐슨의 1992년작 공상과학(SF)소설 《스노 크래시》(문학세계사)도 재출간됐다. 최근 메타버스 붐이 일면서 2008년 절판됐던 책을 새로 번역해 내놨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현실에선 마피아에 빚을 진 피자 배달기사지만 메타버스에선 뛰어난 해커이자 검객으로 활약한다. 2003년 온라인 가상현실 플랫폼 ‘세컨드 라이프’를 출시한 린든랩의 창업자 필립 로즈데일을 비롯해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이 큰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출판계 관계자는 “메타버스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커진 데 비해 아직 생소한 면이 많은 까닭에 메타버스를 소개하는 책 출간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가구 매장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쇼핑하는 것이 더 나아요.”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경영콘서트에서 이케아가 선보인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쇼핑 앱 ‘이케아 플레이스’(사진)를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케아 플레이스는 스마트폰 증강현실(AR) 앱을 통해 가구를 가상으로 집에 설치하는 시뮬레이션 서비스다. 거실이나 방의 빈 공간에 화면을 가져다 대면 구매하려는 가구의 이미지가 겹쳐 보인다. 가구가 우리집에 어울리는지를 미리 확인해볼 수 있다.김 교수는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이나 서비스를 가상에 구현하는 것도 메타버스로 볼 수 있다”며 “비즈니스 가치를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를 통해 더 높일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케아 플레이스 외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신발을 가상으로 신어볼 수 있는 패션 브랜드 구찌, 헤어숍에 증강현실 개념을 접목한 아마존 등의 사례 등을 소개했다.김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가상 오피스를 통해 직원 간 협업을 늘리거나 가상공장을 도입해 원가를 줄이고 안전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최근 기업들이 유통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D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부상하고 있다”며 “메타버스를 채널로 활용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LG이노텍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 아이폰에 트리플카메라와 3차원(3D) 센싱 모듈 등 고사양 제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메타버스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의 장기적인 수혜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LG이노텍은 이달 들어서만 12% 올랐다. 18일에는 1.11% 상승한 22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선 영향이다.LG이노텍은 상반기가 비수기다.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을 하반기에 출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1분기 역대 1분기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2가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고가 제품인 프로맥스 판매 비중이 높다. 프로맥스에만 ‘손떨림 방지 트리플카메라’가 들어가는데, LG이노텍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애플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이른 9월에 아이폰13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LG이노텍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아이폰13에선 3개 모델에 손떨림 방지 트리플카메라를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LG이노텍의 올해 매출이 12조원,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주가수익비율(PER)은 7배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애플은 증강현실(AR) 생태계를 주도하려 한다. 증강현실을 구현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ToF(Time of Flight·비행거리 측정 방식) 3D 센싱 모듈을 적용하고 있다. 빛이 피사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해 사물의 거리와 움직임을 파악한다. ToF 3D 센싱 모듈도 LG이노텍이 생산한다.내년에는 애플이 가상현실(VR)과 AR을 합친 확장현실(XR) 기기를 출시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관련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려면 카메라 모듈과 3D 센싱 모듈이 필수적이다. LG이노텍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3D 센싱 모듈 개발 및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메타버스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부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LG이노텍은 메타버스 핵심 수혜주로도 분류된다.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디지털 의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가 MZ세대(1980~2000년생)들의 터전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패션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말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에서 명품기업 구찌의 디오니서스 디지털 전용 가방이 4115달러(약 465만원)에 판매됐다. 현실세계에서 착용하는 것은 물론 만질 수도 없다. 가상세계에만 있는 가방이다. 로블록스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계산하면 35만로벅스로, 실물 가방보다 비싼 가격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3차원 가상공간을 뜻한다. 명품기업들은 메타버스 제품 출시를 늘리고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2019년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사용자를 위한 컬렉션을 내놨다. 프랑스 명품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올가을 컬렉션을 비디오게임을 통해 선보였다.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그룹은 게임 아이템과 디지털 의류 시장이 2019년 1090억달러(약 123조1155억원)에서 올해 1290억달러(약 145조7055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존 에간 BNP파리바 최고경영자(CEO)는 “가상세계는 현시대의 가장 큰 경제적 기회 중 하나”라며 “스포츠 관광 엔터테인먼트 금융 등 모든 분야에 상당한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인터넷 캐릭터 상품을 사는 것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이 활용되면서 가상상품도 거래가 가능한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 NFT를 이용하면 디지털 자산에 일련번호가 부여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복제나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구찌는 지난달 말 4분5초짜리 NFT 비디오를 크리스티 경매에 올렸다. 이 작품은 지난 4일 2만5000달러에 낙찰됐다. 중국의 운동화 브랜드 RTFKT는 올 2월 NFT 운동화 600켤레를 310만달러에 판매했다. 완판까지 걸린 시간은 7분이었다. 실제 신을 수 없는 디지털 제품이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