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널리스트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번역 출간

"최근에는 자폐 당사자가 자신을 대변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폐의 역사에서 한순간도 빠짐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존재는 부모들이다.

"
미국의 저널리스트 존 돈반과 캐런 주커는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꿈꿀자유)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자폐증)에 관한 생각을 이렇게 밝힌다.

이들은 "때로는 절망으로, 때로는 분노로, 그리고 항상 넘치는 사랑으로 자녀들을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평범한 엄마와 아빠들의 목표는 두 가지다.

왜 자녀에게 자폐가 생겼는지 밝히고, 자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폐증은 1911년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브로일러가 제창한 용어로, 사회적 장애와 의사소통 장애, 행동 장애 등 전반적인 발달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붙여지는 병명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돈반은 자폐증이 심한 오빠와 함께 자란 아내를 만나면서 자폐증이 가족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게 됐고, 주커는 큰아들이 자폐증 진단을 받은 후 자폐증의 실상을 알리는 쪽으로 보도 방향을 설정했다고 한다.

저자들은 2000년부터 방송 등에서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왔다.

책은 이 세상에서 '어딘지 다른 사람'이 살아갈 자리를 추구해온 역사가 곧 자폐의 역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는 편견에 맞서 생존권 및 교육권을 확보하고, 신경 다양성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 등 세 가지로 구분한다.

이를 통해 다수와 다른 소수를 받아들이고, 소수가 살아갈 자리를 만들고, '다름'이 '열등함'이 아닌 보편적인 정신적 특성이라는 걸 깨닫기까지의 과정에 동참한 자폐인과 그 가족,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폐의 역사에서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존재는 부모들이다"
저자들은 자폐인 부모와 의사들의 체험담, 과학 문헌과 다큐멘터리, 신문 기사, 문서 보관소 속 기록을 비롯해 자폐를 겪고 있거나 자폐를 연구한 사람들, 자폐 자녀의 부모 등 200여 명과의 인터뷰 내용도 엮었다.

책은 자폐인이 사회에 부담을 주는 쓸모없는 존재란 생각이 지배적이던 시절에 자폐인을 영원히 격리하도록 하거나 심지어 국가권력이 조직적으로 살해한 경우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 자녀를 차갑게 대하고 애정을 드러내지 않는 등 엄마가 자녀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자폐증이 생긴다는 이른바 '냉장고 엄마' 비유가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고 전한다.

저자들은 "지금도 자폐증은 수수께끼이지만 지난 80년간 사회는 자폐인의 살아갈 권리는 물론 교육권을 보장하고, 엄마를 탓하는 문화를 떨쳐냈다"며 "자폐 성향이 인간 정신에 내재한 특성이며, 인간은 모든 측면에서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또 자폐증이 자주 논의되고 논쟁적인 사회적 주제가 된 것은 의사와 사회복지사, 교육자, 변호사, 연구자, 작가 등의 노력 덕분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책은 "인간은 어떻게든 올바른 방향, 인간적인 길을 찾아왔다"며 "질병이자 저주였던 어떤 상태가 축복의 대상으로 변해온 과정은 인간이 자기를 옭아맨 편견과 차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을 해방한 역사"라고 강조한다.

강병철 옮김. 864쪽. 4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