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0세 이상 60세 미만의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에 대한 얀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0일. 30대 민방위 대원인 기자도 첫날 백신을 접종했다.

이렇게 빨리 맞을 줄은 몰랐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병력 55만명이 접종할 수 있도록 코로나 백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예기치 않게 찾아온 순서였다.

기자는 얀센 백신 예약이 시작된 이달 1일 오전 10시쯤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에 접속해 1분여 만에 예약에 성공했었다.

접종 예약 시간은 10일 오후 3시였으나 여유 있게 가자는 생각에 30분 일찍 거주지 인근 의원에 도착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러 왔다고 하자, 간호사가 이름을 확인하더니 "일찍 와주셔서 고맙다"고 말을 건넸다. "예약자가 제 시간에 오지 않으면 접종에 혼선이 빚어져 의료진이 마음을 졸인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동네의원 대기실은 기자의 또래로 보이는 30대 남성 4명이 이미 접종을 마친 뒤 아나필락시스 여부 등 예후를 살피고 있었다.

예진표를 작성한 뒤 15분 기다리다 의사의 문진을 받았다.
"과거 내시경 전 먹는 장 정결제나 폐렴구균 백신을 맞고 이상 반응이 온 적 있나요?"(의사)
"아뇨."(기자)
"얀센 백신은 드물게 희귀혈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니 접종 4일 후쯤 심한 두통, 비정상적 가슴 통증, 종아리 마비 증상, 비접종부위 멍 등 이상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으로 오셔야 합니다."(의사)
이어 의사는 "이제 놓겠습니다. 따끔합니다"라고 알린 뒤 주사를 놓았다. 3~4초 후 "됐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금세 접종을 마쳤다. 코로나19 백신 주사는 일반 독감 등 다른 주사보다 바늘이 들어갈 때 다소 묵직하다는 후기가 많았지만 기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의사가 주삿바늘을 빼는 순간 이제 기자의 취재원, 직장 동료,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칠 위험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친구들과 주말에 맥주 한 잔 하며 좋아하는 축구장에도 한결 편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는 마음도 생겼다. 한편으로는 군 복무 중에도 크게 실감하지 못했던 '한미동맹'의 건재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료실에서 나와 대기 공간에서 30분간 기다리며 이상 반응을 살폈다. 약 10여분 만에 '국민비서 구삐'가 카카오톡으로 "얀센 백신은 1차 접종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완료되었습니다"라고 알려줬다.

접종 부위에 물이 닿지 않게 하라는 의사 지시대로 집에 와서 간단하게 세면만 한 뒤 타이레놀 2알을 준비한 뒤 휴식을 취했다. 접종한 지 19시간이 지난 현재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약은 복용하지 않았다. 단 사흘은 유심히 지켜보라고 했다.

이상반응은 백신 접종자의 0.44%에 불과하고, 이중 95%가 경증 수준이라는 게 보건당국의 조사다. 기자처럼 별 증상이 없는 인원도 다수다.

전날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인원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 인구의 약 19.6%다. 60세 이상 고령층과 30세 미만 군 장병, 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민방위대원·국방외교 관련자 등에 대한 접종도 시작되면서 접종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달까지 최대 14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 인구의 27.2%다. 9월까지 36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에는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다.

통상 최소 5년에서 10년에 걸쳐 개발되는 것이 바이러스 백신이지만 불과 1년 만에 나온터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괴담'은 유독 많다.

'백신을 접종하면 5년 안에 사망한다'는 사망설, '백신이 유전자를 변형시킨다'는 스파이더맨설, '백신에 미세한 칩이 들어 있어 조종당할 수 있다'는 빌 게이츠 조종설까지.
지난 4월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함께 모여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 4월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함께 모여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FP.
어느 백신이나 100% 완벽한 것은 없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에는 희귀혈전 위험이 있다고 보고됐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젊은 층에서 심근염(심장근육염증) 발생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다. 국내서도 백신 주요 부작용으로 지목된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이 1건 인정됐다.

다만 지난 8일 기준 국내 접종자의 99.5%가 큰 증상 없이, 약을 먹고 휴식을 취하며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이겨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백신에 대한 막연하고 과도한 불안은 일상으로의 복귀에 도움이 되지 않고, 특정 백신이 더 좋고 나쁘다며 비꼬거나 정보를 왜곡하는 것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하기 전날 외신에서 '미국 정부가 유통기한이 임박한 얀센 백신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우리 정부가 얀센 백신을 '재고떨이용'으로 받아온 것 아니냐'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통기한이 남은 백신은 접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데다, 오히려 이런 정도의 양을 자국민들에게 빠른 시간 안에 접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나라도 얼마 없다고 설명한다.

주위에 소중한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도 전문가들이 "어떤 백신이 됐든 접종하라"고 권유하는 것처럼 '가장 빨리 맞을 수 있는 백신'을 맞는 게 어떨지.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