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뚱보의 도시' 볼로냐엔 맛과 멋이 있다
“날씬한 이탈리아 요리사를 믿지 마라.” 세계 요리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농담이다. 이탈리아 음식이 워낙 맛있기 때문에 실력 있는 요리사라면 자신의 끼니를 직접 만들어 먹다가 살이 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 이탈리아에서도 북부 도시 볼로냐는 특별하다. 별명부터 ‘뚱보의 도시’ ‘미식가의 도시’다.

나이 쉰 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갔다가 볼로냐의 매력에 푹 빠진 저자는 《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에서 이 도시를 열렬히 예찬한다. “볼로냐의 음식은 탁월하고 거리는 활기차며 사람들은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곳을 소개하는 책이 국내에 한 권도 없다는 게 의아했다.”

저자는 음식을 중심으로 볼로냐의 지리적 특징과 역사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볼로냐 스파게티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파스타 중 하나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나는 ‘진짜’는 한국의 편의점에서 파는 레토르트 식품과는 퍽 다르다는 설명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건면 스파게티가 아니라 칼국수와 비슷한 생면인 탈리아텔레를 쓴다는 점이다. 볼로냐 사람들은 건면보다 생면을 훨씬 선호하는데, 넓은 평야를 끼고 있는 자연환경 덕택에 항상 질 좋은 밀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볼로냐 스파게티의 소스인 라구 소스에서는 고대부터 이탈리아 교통의 중심지였던 이 지역 역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 소스는 고기를 넣은 토마토소스의 원조다. 남미가 원산지인 토마토를 유럽에서 가장 먼저 접하고 음식에 넣은 지역 중 하나가 볼로냐라는 얘기다. 에트루리아인이 세운 이 도시는 켈트족의 지배를 거치며 목축 기술을, 게르만족 치하에서 유목 문화를 흡수해 프로슈토(생햄)와 치즈 문화를 발달시키는 등 다른 문화를 적극 받아들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왔다.

볼로냐의 거리와 문화 이야기도 흥미롭다. 볼로냐는 세계 최초 대학인 볼로냐대가 설립된 ‘대학 도시’이며, 폭군에 맞서 싸워 자유를 얻어낸 역사가 있는 ‘자유 도시’다. 또한 벽돌로 만든 아름다운 건물들이 즐비한 ‘붉은색의 도시’다. 생생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종식되기를 다시금 간절히 바라게 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