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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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는 피드백의 연속이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혼자 사는 게 아니라면, 나의 행동을 두고 터져 나오는 타인의 반응과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처사를 접하고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호오(好惡)의 감정을 틀어막을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행복과 불화의 갈림길이 되는 가족과의 대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 학생들을 압박하는 각종 시험, 연봉과 승진을 결정하는 업무평가가 모두 피드백이다.

《일의 99%는 피드백이다》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이자 컨설팅 회사 설립자인 저자들이 숱한 경험을 집약해 정리한 ‘피드백 백과사전’ 격인 책이다. 각종 강의와 협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축적한 피드백에 관한 통찰과 대응 노하우가 곳곳에 녹아 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정보를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피드백은 그동안 독립된 분석 대상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피드백이 어엿한 연구 대상으로 격상됐다.

[책마을] 천의 얼굴 가진 피드백…헛스윙 아닌 홈런 되려면
저자들이 주목한 피드백은 생활 속에 깊숙이 녹아 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어디서나 피드백이라는 사슬에 묶여 있다. 학생들은 보고서와 시험을 통해 자신의 학업 수행을 평가받는다. 주요 레스토랑은 고객들이 남긴 별표 평점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때론 피드백이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미국에서만 매년 60만 개의 회사가 시장의 외면을 받아 문을 닫는다. 연간 87만 건의 이혼 신청이 접수돼 25만 건의 이혼이 이뤄진다. 중요한 만큼 피드백에 들이는 공도 어마어마하다. 세계의 크고 작은 조직들은 매년 업무평가에 8억2500만 시간(9만4000년)을 쏟아붓는다.

피드백은 천의 얼굴을 지녔다. 보통은 피드백이라는 한마디로 뭉뚱그려 말하지만, 일상에서 접하는 형태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공식적일 수도, 비공식적일 수도, 직접적일 수도, 암시적일 수도 있다. 때론 세련되게, 때론 우직하게 돌직구처럼 날아든다.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이의 기질과 사고구조도 백인백색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 피드백은 큰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피드백은 주는 이나 받는 이를 모두 자극한다. 한 단계 능력을 키우는 짜릿함을 선사하기도 하고, 기를 꺾기도 한다.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밤잠을 설치게도 한다. 누군가에겐 참고 견뎌야 할 힘겨운 대상이 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추구할 목표로 돌변하기도 한다. 피드백을 좇는 행위는 높은 업무 만족도, 빼어난 업무 창의성, 신속한 조직 적응, 낮은 이직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하지만 피드백은 모두에게 부담스럽기만 하다. 솔직하게 반응하는 것은 주저되는 일이다. 조언은 평가나 인신공격으로 손쉽게 탈바꿈한다. 자칫 역린을 건드린 지적에 감정적 적대감만 불러일으키기 쉽다. 의도대로 상황을 호전하기는커녕 본전만 건져도 다행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피드백을 받는 사람의 상황과 처지, 자긍심과 만족도 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말로 다가올 수 있는 데다 피드백이 본질적으로 자율성과 통제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효과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길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피드백을 주는 사람으로선 피드백의 주된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나의 주장이 옳다고 강요할 필요도 없다. 상대방의 진실을 밀어내고, 나의 진실로 그 자리를 메울 필요는 없다. 기술적 측면에선 자극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도 중요하다. 피드백을 주는 이가 아무리 노련하게 전달해도 받는 사람이 이를 수용할 의향과 능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똑같은 조언도 받아들이기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날아오는 커다란 소프트볼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몸을 향해 인정사정없이 파고드는 강속구가 될 수도 있다. 피드백에 상처받지 않고,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선 남이 주는 조언과 반응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대화에 노련하게 참여해 현명하게 결정하는 습관을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자신에 관해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인식하고 찾는 것도 중요하다. 피드백을 현명하게 거절하는 기술을 익힐 필요도 있다.

이 책은 2014년 《하버드 피드백의 기술》이라는, 저자들이 소속된 대학의 명성에 기댄 듯한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이번에 제목과 표지, 일부 구성을 바꿔 다시 선보였다. 제목에서 명문 대학의 간판도 뗐고, 원저가 나온 뒤 다소 세월도 흘렀지만 피드백의 중요성을 전하는 메시지의 가치는 조금도 빛이 바래지 않았다. 다양한 현장의 사례를 활용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글을 접할 수 있는 점도 놓치기 아까운 매력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