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50여명 면담…강수진 단장 "단원들 건강 우선 고려…오해 발생한듯"
인권위, '혹사 촬영 논란' 국립발레단 인권침해 여부 조사
국립발레단과 KBS가 지난해 12월 공동 기획해 방영한 '우리, 다시 : 더 발레'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립발레단원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단원들은 당시 전남 신안 태평염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행장 활주로 등 8곳에서 촬영했는데 영상이 나간 후 염전과 아스팔트, 추위 등 열악한 상황에서 춤추게 했다는 비판과 함께 '혹사'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9일 국립발레단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1~3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국립발레단 회의실 등에서 현장 조사를 했다.

조사관들은 지난해 10~11월 촬영에 참여한 단원 50여 명을 상대로 피해 여부에 대한 개별 면담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입장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들 중 일부는 인권위 조사를 원하고, 피해 및 의견 진술을 하겠다는 뜻을 인권위에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지난 3월 말 시청자 A씨가 국립발레단이 헌법과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위반해 단원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며 단원들을 피해자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을 피진정인으로 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A씨는 진정서에서 강 단장에게 단원들이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는데도 당시 '해적' 정기공연을 전후로 무리하게 촬영 일정을 잡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연 무대나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바닥에서 춤추게 해 단원들을 부상 위험에 노출했고, 추운 날씨에도 얇은 공연 의상을 입고 춤추게 했다는 등의 주장을 진정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 '혹사 촬영 논란' 국립발레단 인권침해 여부 조사
이와 관련해 국립발레단 측은 돌발 상황과 당일 컨디션 등에 대해 촬영 날짜별로 단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고, 촬영 때마다 핫팩과 담요, 돗자리, 의자 등 물품을 최대한 지원하는 등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강 단장도 인권위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한때 한국을 대표했던 발레리나로서 단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에 단원들의 건강을 우선 고려해왔다"며 "건강에 관련된 단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단원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단원들이 자발적 참여로 진행된 촬영이었으므로 현장 분위기는 밝고 활기찼으며 피해자들이 고충을 토로한 적은 없었다"며 "피해자들 역시 자발적으로 참여해 소중하고 의미 있는 순간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편집 영상에서 피해자들의 힘들어하는 모습들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해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같은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더 세심히 단원들의 건강에 신경 쓰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다시 : 더 발레'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명소에서의 야외 발레공연'이란 주제로 국민들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문화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획됐다.

단원들은 '빈사의 백조'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 '해적',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 '허난설헌-수월경화', '요동치다', '계절; 봄' 등을 선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