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폐막작 '남몰래 흘리는 눈물' 리뷰
인터넷방송 진행자와 열혈 팬…비대면 시대의 러브스토리
2010년 시작해서 한 해도 빠짐없이 지속해온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도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연기와 중단이라는 힘겨운 사태를 겪어야 했다.

다른 어떤 공연 장르보다도 준비 기간이 길고 투입 인원이 많은 오페라는 공연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 없을 때 그 타격과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은 지속하지만, 다행히 지난달 7일 막을 올린 제12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지난 6일 무사히 마무리됐다.

계획대로 진행된 4월의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에 이어 오페라계를 안도하게 해 준 두 번째 성공이었다.

올해 페스티벌은 '여성의 삶'을 모티브로 한 6개 작품을 선보였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대극장 프로덕션 세 편은 모두 이탈리아 오페라로,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아이다', 노블아트오페라단의 '토스카' 그리고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였다.

세 공연은 모두 화려한 무대와 고전적인 의상을 갖추고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을 기용해 전통적인 오페라 공연을 원하는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운 '안나 볼레나'의 재공연이 이루어진 것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이탈리아 오페라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언어의 오페라가 무대에 오른다면 축제가 더 풍성해질 것으로 본다.

다른 세 작품은 소극장 오페라였다.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 두 편은 디아뜨소사이어티의 '전화 & 영매', 코리아아르츠그룹의 '남몰래 흘리는 눈물'(부제 '사랑의 묘약')로 지난해 예정됐다가 코로나19로 연기된 공연들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서정오페라'라는 부제를 붙인 '브람스'는 이번 페스티벌 공연 중 유일하게 예술의전당이 아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했다.

현대 작곡가 메노티의 짧은 희극과 비극 오페라 두 편을 한 데 묶은 '전화 & 영매'는 과거에 소극장 오페라로 가끔 공연됐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공연 방식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인터넷방송 진행자와 열혈 팬…비대면 시대의 러브스토리
폐막작으로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지난 6일 오후 공연으로 관람했다.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을 한국어로 번안한 이 작품은 사상체질로 주인공들의 성격을 분석해 '체질 오페라'라는 부제를 달았다.

서양 언어의 오페라를 번안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공연은 올해 소극장 오페라 축제 때 공연된 도니체티의 '엄마 만세'와 브레히트와 바일의 '서푼짜리 오페라'의 연장선상에 있다.

'엄마 만세'와 '서푼짜리 오페라'가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번안 위에 참신한 연출 아이디어로 동시대성을 구현했다면,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작가 이현주와 연출가 이효석의 과감한 각색과 틀을 바꾼 연출로 원작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19세기 이탈리아 농촌을 현재 코로나19 시대의 서울로 바꾼 전형적인 레지테아터 연출이다.

레지테아터(Regietheater)는 연출가와 극의 합성어로, 연출가의 작품 해석이 전체 공연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원작에서 가난한 시골 청년인 네모리노(테너 이사야)는 방안에 틀어박혀 인터넷 방송 진행자에 빠져 사는 요즘 서울 젊은이로 등장한다.

원작에서 지주의 딸인 여주인공 아디나(소프라노 홍예선)는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을 하는 진행자이고, 군인인 벨코레(바리톤 곽상훈)는 아디나에게 무더기 별풍선을 보내 환심을 사려는 군 장교다.

원작의 약장수 둘카마라(베이스 이태영)는 사기로 돈을 버는 홈쇼핑 사장이고, 마을처녀 잔네타(소프라노 김민숙)는 극 속 인물이었다가 해설자 역할로 변신도 한다.

이 모든 배역이 저마다 개성과 연기력이 빛나는 적역이었다.

이탈리아어가 한국어로 바뀌었기 때문에 도니체티의 원작 오페라에 익숙한 관객은 가사와 음악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로즈 송(Rose Song)이 지휘한 소규모 현악 오케스트라는 피아노 및 엘렉톤(전자 건반악기)과 어우러져 경쾌하고 리듬감 넘치는 음악을 들려줬고, 마지막 아리아 '받아요'에서 소프라노 홍예선은 뛰어난 벨칸토 테크닉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코로나19 비대면 시대 젊은이들의 새로운 사랑 방식에 자유소극장을 채운 관객들은 웃고 또 웃었다.

rosina@chol.com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