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규·윤나무 1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둥~ 둥~' 심장 박동소리가 전하는 생명의 경이로움
새벽 5시 50분. 19세 청년 시몽 랭브르는 친구 두 명과 혹한의 겨울 해변에 도착한다.

심장을 뛰게 하는 파도를 타며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낀 랭브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심각한 교통사고가 나고, 그는 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는다.

그리고 장기이식 절차가 진행된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재연 무대의 막을 올렸다.

작품은 랭브르가 파도를 타기 위해 해변에 도착한 시점부터 그의 심장이 다른 사람에게 이식돼 힘차게 뛰는 순간까지 24시간을 다룬다.

극은 인체 장기 이식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그 과정을 피상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살아남은 자들의 죄책감이나 가족의 슬픔에 초점을 맞추지도 않는다.

사망을 선고하는 의사,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장기 이식 수혜자 등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 생명의 경이로움을 심장으로 느끼게 한다.

'둥~ 둥~' 심장 박동소리가 전하는 생명의 경이로움
무대에 오르는 배우는 단 한 사람. 혼자서 16명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2019년 초연에 이어 다시 출연한 배우 윤나무는 이날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능숙한 연기로 관객을 휴식 시간 없는 100여 분간의 공연에 완전히 몰입하게 했다.

배우의 연기 이외에 몰입도를 높이는 것은 음향와 조명.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심장 박동 소리와 파도 소리는 관객을 긴박하게 돌아가는 수술실과 파도가 휘몰아치는 겨울 바다 한가운데로 이끈다.

또 조명은 해변, 병원, 수술실 등 공간을 구분하고, 랭브르의 몸이나 생명력 가득한 심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배우의 연기와 조명의 변화로 표현한 심장 적출 및 이식 수술 장면은 직접 눈앞에서 보는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무대 뒤편에 비스듬히 설치한 화면에는 넘실대는 파도, 뇌 촬영 사진, 심장이 뛰는 장면 등이 나오며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둥~ 둥~' 심장 박동소리가 전하는 생명의 경이로움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현대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장편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연극 '크리스천스', '아몬드', '아들' 등을 제작한 민새롬이 연출을 맡았다.

연극 '오슬로'와 '메디아', 드라마 '괴물' 등에 출연한 배우 손상규가 윤나무와 번갈아 가며 무대에 선다.

공연은 오는 27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