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시인과 화가' 출간
실과 바늘처럼 끈끈했던 근대기 시인과 화가들
나혜석과 최승구, 이상과 구본웅, 백석과 정현웅, 이중섭과 구상, 김지하와 오윤 등 끈끈한 관계로 유명한 시인과 화가 사례가 수없이 많다.

특히 1920∼30년대는 문학과 미술이 한가족처럼 동고동락했던 시기였다.

근대미술 전문가인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시인과 화가'는 근대기 실과 바늘처럼 가깝게 지내며 영향을 주고받았던 시인과 화가의 이야기를 소개한 문화예술 에세이집이다.

오래전 '인간과 문학' 잡지에 연재했던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원래 꿈이 화가였던 이상은 '1928년 자화상'으로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상하기도 했고, 자신의 소설 '날개' 속 드로잉도 직접 그렸다.

이상은 나이가 네 살 많은 구본웅과 우정을 나눴다.

구본웅은 이상을 모델로 '친구의 초상'을 그렸다.

본명이 김해경인 이상의 필명이 구본웅의 미술도구 상자 선물에서 연유됐다는 주장도 있다.

박완서의 데뷔작 '나목'에 나오는 화가 옥희도는 박수근을 일컫는다고 한다.

소설 속 옥희도 이야기가 현실 속 실화는 아니지만, 소설을 통해 화가 박수근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다.

만주로 떠난 시인 백석은 절친했던 친구인 화가 정현웅을 생각하며 '북방에서-정현웅에게'라는 시를 썼다.

백석이 특정인을 거명하면서 쓴 유일한 헌시다.

책은 식민지 시절 역설적으로 찬란한 꽃을 피웠던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문단과 화단의 지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서로 교감을 나누며 활동했던 문인과 화가들의 사례와 전해지는 뒷이야기, 시인과 화가들에게 직접 들은 증언까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윤 관장은 "예술세계를 풍요롭게 했던 문인과 화가의 만남이 현대사회에서는 과거 이야기가 된 듯하다"라고 안타까워하며 "직업적 세분화도 중요하지만 예술계의 진정한 통섭과 융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할미디어. 274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