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규제에 시장 혼란
대중교통 제도권 진입 노리지만
부정적 인식도 문제
헬멧이 부착된 공유킥보드./ 사진=신현아 기자

헬멧이 부착된 공유킥보드./ 사진=신현아 기자

이달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으로 '대중교통 제도권 진입'을 본격화한 공유킥보드 업체들이 오히려 고심에 빠졌다. 개정법에 킥보드 이용자의 '헬멧 착용' 의무화가 포함되면서 이용률이 절반으로 뚝 떨어져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종 목적지까지 남은 마지막 거리를 이동하는 '라스트마일'의 성격을 활용해 공유킥보드를 하나의 교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업체들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공유킥보드 업체 씽씽은 티머니가 운영하는 '티머니고'를 통해 대중교통 환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에서 티머니고로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후 씽씽으로 환승하면 대여비 일부를 돌려받는 식이다. 일종의 '환승 할인' 효과를 낼 수 있다. 티머니고를 통해 씽씽 위치 조회, 대여·반납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씽씽은 최근 카카오T 입점 소식도 알렸다. 연내 기기 위치 조회, 대여 시스템 연동 등을 추진한다.

티머니에 이어 카카오T까지 공유킥보드가 대중교통 제도권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이 나오지만 이용자 인식이나 제도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친환경 모빌리티'로서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받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킥보드에 대해 다소 적대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걸림돌이다.

불법 주정차를 비롯한 안전 문제 때문이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9만8000대 수준이었던 킥보드 등 개인이동장치(PM) 수는 2018년 16만7000대, 2019년 19만6000대로 급증했다. 사고 건수 역시 2018년 225건(4명 사망)에서 2019년 447건(8명 사망), 지난해 897건(10명 사망)으로 매년 2배씩 늘었다.
서울의 한 전동 킥보드 매장 모습./ 사진=뉴스1

서울의 한 전동 킥보드 매장 모습./ 사진=뉴스1

게다가 '오락가락 규제'가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다고 모빌리티 업계는 지적했다. 산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지난 13일부터 시행된 전동킥보드 등 PM에 대한 도로교통법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전동킥보드 이용 연령을 만 16세 이상에서 만 13세 이상으로 낮춘 지 반 년 만에 내놓은 개정안이다. 헬멧을 착용하지 않거나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탈 경우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공유킥보드 업체와 이용자들이 가장 문제삼는 대목은 '헬멧 착용 의무화'다. 개정안 시행 이전부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업계에선 킥보드를 타려고 이용자 개인이 헬멧을 가지고 다니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그렇다고 '공용 헬멧'을 별도로 비치하자니 위생 우려로 이용률이 저조할 뿐 아니라 도난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헬멧 의무화를 시도한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의 경우 이용률은 3%에 그쳤고 분실률은 24%에 달했다.

안전을 위한 헬멧 착용 조치지만 정부나 업체 차원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부터 시행되자 소비자들은 킥보드 이용을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용률 급감으로 나타났다. 씽씽, 킥고잉 등 킥보드 업체 14곳으로 구성된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후 열흘 만에 공유킥보드 이용률은 업체별로 50~60% 수준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안정적이어야 업체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고, 그래야 시장이 확대되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아직도 국내 시장은 탈이 많다"며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오락가락하는 규제는 소비자 이용을 꺼리게 하고, 산업 자체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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