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동물윤리 연구자 번역 출간 '동물의 정치적 권리 선언'서 주장

"내재적 가치를 존중하기 위해 동물을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하고, 공공선을 숙의하는 데 동물을 포함해야 한다.

동물이 민주적 대표권을 누리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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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동물윤리 연구자이자 셰필드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인 앨러스데어 코크런(43)은 '동물의 정치적 권리 선언'(창비)에서 동물의 성원권(구성원 자격)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민주적 대표성 확보 방안을 제시한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 1천500만 시대에 동물복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차츰 나온다.

동물에게 정치적 권리를 줘야 한다는 주장은 아직 생소하지만, 앞으로 계속 논의될 수 있는 내용이다.

책은 동물을 인간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게 합리적인지, 구성원의 자격을 확대할 수 있는지, 동물이 구성원이 된다면 강력한 동물복지법 도입과 법적 인격성 인정 이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논증한다.

저자는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은 단순히 보호받는 것 이상을 누려야 하며 '공공선' 안으로 포용해야 한다"며 "단지 상해를 입지 않는 게 아니라 '잘 사는 것'에 대한 관심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동물이 인간과 '얽힌 관계'라는 전제하에 특정 가축 및 야생동물을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동물을 정치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해야…민주적 대표권 중요"
책은 성원권은 동물이 상해를 입는 여러 사건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을 마련하게 할 뿐만 아니라 특정한 형태의 사회적 복지 조항에 적용받을 수 있는 자격도 부여할 거라고 예상한다.

의료 서비스를 통해 질병과 부상 치료 및 예방 개입의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적절한 근로 조건을 받음으로써 단순한 도구나 장비가 아닌 자신에게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음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경찰견과 군견 등으로의 임무가 끝난 후에도 보살핌과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은퇴 조항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든다.

저자는 동물이 성원권을 획득하고 민주적 대표성이란 권리를 누리게 될 때 비로소 동물의 이익이 공공선에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동물이 스스로 투표할 수 없고, 그들을 대리할 입법자에게 투표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동물의 이익에 중점을 둔 '옴부즈맨'이나 '위원회' 같은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방식, 동물의 이익을 분명히 대변하는 전문 공직자 배심원들이 적절한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 등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또 의회 내에서 민주적으로 책임을 지는 의원들에게 맡기거나 헌법에 동물 이익 관련 내용을 의무화하는 것 등 의견도 제시한다.

이 밖에 동물 전담 의원을 위해 의석 일부를 할당해야 한다는 방안도 언급한다.

저자는 "동물의 권리가 인간 구성원의 권리와 다르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정치 공동체가 동물의 참정권을 부정하더라도 동물의 성원권을 존중할 수 있다.

동물 개체를 해치거나 부당하게 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정당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진영·오창룡 옮김. 164쪽. 1만3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