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요'로 끝나는 소설을 열 권 정도 쓰고 싶었다"

현재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구효서(63)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들고 돌아왔다.

제목이 안 그래도 아는 사람 붙잡고 울적한 마음을 토로하고픈 팬데믹 시대에 딱 어울린다.

마치 누군가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듯한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가 제목이고, 부제는 '파드득나물밥과 도라지꽃'이다.

해냄 출판사에서 펴냈다.

제목만큼이나 소설 내용과 분위기도 푸근한 '힐링 송' 같다.

복잡한 도시가 아닌 강원도 평창 산골의 한 펜션이 무대다.

골치 아픈 일상을 탈출해 이곳을 찾아온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구효서가 묻는다
주인공은 펜션 '애비로드'를 운영하는 경난주와 그의 여섯 살짜리 딸 유리. 난주는 '돼지고기활활두루치기', '곰취막뜯어먹은닭찜'과 같은 현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 음식으로 손님들의 육체적 허기는 물론 마음의 허전함까지 달래주는 재주가 있다.

유리는 영특하고 친화력이 좋아서 펜션을 찾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소녀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리는데, 다만 나이에 비해 너무 조숙한 말투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근처에 살려고 땅을 사놓은 단골손님 서령과 이륙 부부와 미국에서 찾아온 노부부가 애비로드를 찾아오면서 잔잔하지만 묘한 비밀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국 농장에 사기로 팔려 갔다가 도망치고 사랑했던 남자에게 배신당한 박정자는 뉴욕 거리에서 노숙하던 절망의 시기에 센트럴파크에서 지금 남편 브루스를 만났다.

89세가 된 브루스는 우울감에 빠져 오랫동안 고립된 삶을 살다가 어느 날 아내에게 한국 강원도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우연히 애비로드까지 오게 됐다.

이륙은 공중파 아나운서를 꿈꿨으나 낙방을 거듭한 끝에 결국 작은 업체나 개인의 홍보용 선전물 녹음을 하며 살아간다.

그는 아내 서령을 사랑하지만 털어놓지 못할 비밀이 있고, 서령은 조금씩 변해가는 남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구효서는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장편 '타락', '동주', '랩소디 인 베를린', 소설집 '아닌 계절', '별명의 달인', '저녁이 아름다운 집' 등이 있다.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