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지구…올해를 관광 분야 기후위기 대응 원년으로
5월은 연중 나들이를 하기에 가장 좋은 때다. 하지만 올해는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달 초 강원 산간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는가 하면 중순에는 30도를 육박하는 때 이른 더위가 대지를 후끈 달궜다.

지난 주말엔 봄비가 장맛비처럼 사흘 내내 쏟아졌다. 나라 밖 사정도 비슷하다. 주초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선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면서 강변과 광장에 수영복 차림의 일광욕 인파가 몰려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최근 지구촌을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단연 ‘코로나19’다. 하지만 기후위기 또한 이에 못지않다. 지난여름 우리의 기후 상황은 심각했다. 54일의 긴 장마에 초강력 태풍, 이에 따른 강물의 범람과 터전의 침수, 1000여 건의 산사태 등 충격적 상황이 한반도를 엄습했다.

기후위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겨울 온난화와 폭설, 폭염, 긴 장마와 태풍, 미세먼지 등 그 극단적 양상은 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빼앗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레저, 여행 등 관광산업 전반에도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특히 관광산업은 기후위기의 피해자인 동시에 그 유발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동을 전제로 한 관광은 탄소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항공기, 크루즈, 자동차 등은 대표적인 탄소 배출 요소다. 아울러 관광객이 즐겨 찾는 해산물과 육류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대응책을 찾아야 할까. 일단은 기후변화에 대한 관광 부문의 현황 인식부터 필요하다. 전국 관광시설의 기후변화 취약성 분석과 더불어 관광 부문의 기후변화 정보DB 구축이 필수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지원 조건에 기후변화 관련 사항을 포함하는 한편 탄소세 도입 등 법제의 개선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관광 소비자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가 요구됨은 물론이다. 해산물과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일상 속 탄소 발생 저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려면 정부와 업계, 소비자 모두 한몸이 되어야 한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라는 경제우선 논리로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덮어버린 세상이지만 거시적으로 보자면 절박한 게 바로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다. 인류의 행복산업인 관광의 지속가능한 인프라 확보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2021년을 ‘관광 분야 기후위기 대응 원년’으로 선포하고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김형우 <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관광경영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