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레이 '고양이 철학' 번역 출간

"행복은 인간에게는 만들어낸 상태지만 고양이에게는 타고난 조건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남으로써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반면 고양이는 자기 모습 그대로 행복하다.

"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그레이(73)는 최근 번역 출간된 '고양이 철학'(이학사)에서 고양이의 삶의 방식을 살피며, 고양이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탐구한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고양이와 함께 살았고, 30년 이상 네 마리의 고양이와 지낼 정도로 고양이를 사랑한다고 한다.

그는 아주 가까이에서 고양이와 오래 함께 살면 그들이 어떻게 철학을 할지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사람들이 인생의 목표가 행복해지는 거라고 말하는 건 사실상 그들이 불행하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행복을 계획한다는 생각 속에 미래를 향한 불안과 두려움이 포함돼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고양이에게 행복이란 자신에게 실질적인 위협만 없으면 태어날 때부터 가진 그대로의 상태라고 말한다.

고양이는 위협을 받거나 낯선 장소에 있지 않은 한 불안으로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저자는 또 고양이에게 철학이 필요 없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고양이는 자신의 본성을 따르기 때문에 삶에 만족하는데 인간은 그렇지 않다며, 인간은 자신이 아닌 어떤 것이 되기 위한 분투를 계속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어리석은 사람들은 고양이가 철학을 하지 않는 이유가 추상적 사고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고양이의 추상적 사고력 결여는 열등함의 징후가 아니라 정신적 자유의 표지다.

고양이는 냄새 맡을 수 있고 볼 수 있을 것을 믿기 때문에 말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고양이가 가르쳐주는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는
저자는 고양이의 윤리를 거론하면서는 '사심 없는 이기주의'란 용어를 쓴다.

고양이는 오직 자기 자신과 자기가 사랑하는 것들에만 관심을 두는데, 보존·확대하려는 자아상이 없어 사심 없이 자기 자신으로 산다고 말한다.

책은 "사심 없는 고양이의 상태는 선불교가 말하는 무심(無心)의 상태와 공통점을 갖는다"며 "무심이란 번뇌 없는 집중, 자신이 하는 일에 완전히 빠져든 건데 인간에게 이런 상태는 좀처럼 자연스럽지 않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고양이가 인간에게 잘사는 방법에 대해 제안할 수 있는 10가지 조언도 소개한다.

고양이가 인간에게 계명을 내림으로써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고, 덜 서툴 게 사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 정도를 해줄 것으로 예상한다.

구체적으로는 ▲ 인간을 합리적으로 설득하지 말라 ▲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평은 어리석은 일이다 ▲ 당신의 고통에서 의미를 찾지 마라 ▲ 타자를 사랑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보다 무관심한 것이 낫다 등이다.

저자는 이를 토대로 각 개체만의 방식으로 각자의 본성에 따르는 삶이 좋은 삶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김희연 옮김. 204쪽. 1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