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뒤 극장 영화 못 볼 수도"…영화발전기금 면제 등 촉구
극장업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면서 정부에 영화발전기금 납부 면제와 개봉지원금 지급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영화상영관협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멀티플렉스 4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씨네Q), 각 멀티플렉스 위탁사업주 대표들은 12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창무 한국영화상영관협회장은 “극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했음에도 대기업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부 지원에서 배제돼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화발전기금은 당연히 사용돼야 하는 것인데도 위기 상황에서조차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전년 대비 74% 감소해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화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극장 매출이 급감하자 한국 영화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영화발전기금 문제 해소를 적극 주장했다. 2007년 신설된 영화발전기금은 영화 제작과 유통 지원 등에 사용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관리하고 있으며 기금 수입은 법정부담금, 기금운용 수익금, 가산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46%를 차지하는 법정부담금은 매년 영화 관람료의 3%를 거두는 방식으로 극장과 제작사에 부과하고 있다.

위탁사업주인 대구 CGV칠곡의 임헌정 대표는 “영진위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70억원을 지원해준다고 했지만 지난해 영화발전기금을 완납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현재 (기금으로) 낼 돈조차 없는 상황이며 이대로 가면 1년 안에 우리나라(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임 대표는 “영화관에는 대기업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 영화관의 37%가 위탁인데,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담이 높다”고 하소연했다.

이창무 회장은 “올해 영화발전기금 납부를 전면 면제해 달라”며 “그동안 영화관이 정부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데, 이처럼 어려울 때 정부에 10원이라도 도와달라는 게 잘못된 거냐”고 반문했다.

개봉 지원금, 입장료 할인권 지원도 요청했다. 이 회장은 “극장은 지난 2월부터 관객 1인당 1000원의 개봉 지원금을 배급사에 지급하고 있으나 한계에 도달했다”며 “이제 정부가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또 “관객들의 문화생활을 확대하고 영화 소비를 늘릴 수 있게 입장료 할인권 지원금도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