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뒤셀도르프대 파우제 교수의 '냄새의 심리학' 번역출간

"냄새를 어떻게 맡고 냄새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건강, 행복한 삶, 조화로운 인간관계, 우정, 심지어 지능까지 달라질 수 있다"
30여 년 동안 후각 연구에만 몰두한 베티나 파우제 독일 뒤셀도르프대 교수는 대중 교양서 '냄새의 심리학'(북라이프 펴냄)에서 후각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토대로 냄새와 인간 행동 사이 관계를 설명한다.

저자는 후각과 사회적 친밀함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인용하며 "사람 냄새를 비롯해 주변 냄새를 아주 정확하게 인지하는 사람들은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였고, 사회적 관계망 역시 더 단단했다"고 말한다.

불행은 외로움에서 비롯하고, 행복의 필요조건은 풍요로운 인간관계라는 점에서 저자는 고 역설한다.

또한 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스웨덴의 정치가 마리아 라르손이 10년 동안 추적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후각 능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냄새를 잘 맡는 사람보다 치사율이 약 20% 더 높았다.

추적 대상은 40대 이상 성인들로 나이나 성별, 기저 질환 등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

후각과 치사율의 상관관계에 저자는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하나는 후각 신경 부위인 '후각 망울'이 그 자체로도 중요하기에 정서와 기억 활동에 주로 관여하는 편도체와 해마가 활성화되려면 후각 망울도 함께 잘 기능해야 한다는 논리이며 다른 가설은 냄새를 못 맡을수록 친구가 적고 사회적 관계망도 좁다는 논리다.

저자는 수명은 부분적으로 유전의 영역이지만, 우리 몸을 얼마나 소중히 다루는지와 건강하게 살아가는지 등 행동 방식과 관련이 더 크다는 점에서 이런 가설로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아울러 책은 냄새에 관한 인간의 무관심이 어떻게 후각 연구라는 하나의 연구 분야로 자리 잡으며 체계적으로 진보해 왔는지, 인류가 진화하고 발전하는 데 냄새가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등을 다룬다.

저자는 후각을 통한 무의식적, 사회적 의사소통은 인간의 지각과 행동, 감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코를 좀 더 신뢰하고 냄새를 의식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권유한다.

이은미 옮김. 364쪽. 1만7천500원.
"냄새를 잘 맡을수록 인생이 풍부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