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지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김영순 지음 / 학고재
412쪽| 2만 2000원
[책마을] 韓복지정치, 퍼주기엔 좌·우가 따로 없었다

전쟁의 참화를 겪고서도 30년 만에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 산업화 이후 약 20년 만에 복지정책을 대폭 확대한 나라. 바로 한국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 비율은 1990년 3.1%에서 2019년 12.2%로 약 4.7배 높아졌다.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복지 팽창이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증가율이 높다.

《한국 복지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는 ‘복지 제로(0)’였던 한국이 복지국가로 진화해온 과정을 짚는다. 국제노동기구(ILO)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일했던 김영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자료를 수집, 분석했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나온 주요 연구 문헌과 정부의 비공식 문서, 국회 속기록까지 두루 살폈다.

저자는 한국의 유례없는 복지 확장은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화로 늘어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사회가 복지를 요구한다는 ‘산업화론’, 선거 결과 중도 좌파가 우세하면 재분배가 강화됐다는 ‘신제도주의론’ 등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 저자는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모든 정부가 복지 지출을 늘려왔다”며 “기존 이론만으론 한국을 해석할 수 없으므로 ‘복지정치’라는 요소를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지 역시 정치의 산물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사회에선 복지도 근로소득만큼 중요한 자원이다. 질병, 노령, 장애 등으로 인해 노동력을 상실하면 복지급여가 필수다. 주요 자원의 배분과 조달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과 투쟁은 곧 ‘복지정치’로 나타난다. 결국 복지정치에 얽힌 모든 이해당사자가 주체로 나선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가장 큰 권력을 지닌 대통령부터 선거 경쟁에 나서는 거물급 후보, 정당과 손잡은 시민운동가들, 재원 조달을 맡은 경제부처 관계자들이 한데 엮여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과 좌파 정당이 복지 확대를 견인해온 유럽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저자는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복지 동맹에는 좌·우가 없었다”며 “정치가의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사례를 분석하면 후발 복지국가들이 나아갈 길을 미리 볼 수 있다. 과거보다 복잡해진 서구사회에도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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