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인줄 알고 샀더니 중국산?…어버이날 장악한 中 카네이션 [강진규의 농식품+]
5월은 1년 중 꽃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시기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꽃을 선물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서는 카네이션이 가장 많이 판매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5월 꽃 시장이 예전같지 않다. 꽃 대신 실용적인 선물을 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게다가 중국산 카네이션 등 수입 꽃이 극성을 부리는 탓에 국내 화훼 농가들의 사정은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카네이션 거래량 급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운영하는 화훼 공판장의 지난 1~6일 카네이션 거래량은 6만607속이었다. 1속은 한묶음인데, 품종에 따라 10~20송이를 의미한다. 1년 전 같은 기간 거래량(7만6151속)에 비해 20.4% 감소했다.

aT에서 운영하는 화훼유통정보에 정보가 있는 부산경남화훼농협, 부산화훼공판장, 광주원예농협 등의 거래량을 모두 합하면 감소세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4개 공판장에서 거래된 카네이션은 같은 기간 7만8315속으로 작년 13만9298속에 비해 43.7%나 줄어들었다.

카네이션 거래량이 급감한 것은 예전만큼 카네이션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진 농가들이 재배를 포기해서다. 최근에는 어버이날에 따로 카네이션을 선물하지 않고 현금이나 부모님이 필요한 물건 등 실용적인 선물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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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대면 행사가 사라진 것도 이같은 흐름을 가속화했다는 평가다. 이에 카네이션의 주산지인 경남 김해 등에서 작목을 전환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네이션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은 뛰고 있다. aT 화훼공판장을 기준으로 작년 5월 1~6일의 평균 가격은 4598원이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평균 6501원으로 41.3%나 뛰었다.

국산 빈자리 채우는 중국과 콜롬비아산

국산 카네이션이 사라진 빈자리는 중국산 카네이션이 채우고 있다. 중국산 카네이션은 2000년대 초반부터 수입이 급증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996년 약 2만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산 카네이션 수입액은 2000년 열배가 넘는 26만5000달러로 증가했다. 국산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산 카네이션을 국산이라고 속여 비싸게 판매하는 행위도 대거 적발됐다.

2014년부터는 콜롬비아산 카네이션이 급부상했다. 콜롬비아는 남아메리카의 대표적인 화훼 생산국이다. 2013년 체결된 한-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으로 콜롬비아산 절화류의 수입이 허용되고 몇년새 관세가 철폐됐다. 2013년까지는 한 송이도 들어오지 않았던 콜롬비아산 카네이션 수입량은 2018년부터는 중국산을 추월했다.

콜롬비아산이 인기를 끄는 것은 국산과 중국산에 비해 꽃이 크고 아름다워서다. 수입 패턴도 다르다. 중국산 카네이션이 가정의 달을 앞둔 4월에 급격히 수입이 늘어나는 것과 달리 콜롬비아산은 연중 꾸준히 수입된다. 다시 말하면 어버이날에 쓰이는 대다수 카네이션은 중국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간 카네이션(절화) 검역통관 실적은 1647만4020개였다. 이중 중국산이 1065만5760개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콜롬비아산은 579만1240개가 검역을 받았다. 1~4월 누적통계를 보면 중국산과 콜롬비아산의 수입량이 비슷하다. 가정의 달을 앞두고 저렴한 중국산이 대거 들어온 것이다.

다만 올해는 콜롬비아산 카네이션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콜롬비아의 카네이션 생산이 여의치 않아서다.

카네이션 선물은 미국 전통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것 자체가 한국식 문화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1908년 미국의 애나 자비스가 5월 둘째주 일요일에 어머니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한 것이 미국과 캐나다의 어머니의 날에 부모에게 카네이션을 주는 전통이 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카네이션을 선물할 때는 색상에 주의해야한다. 빨간색 카네이션은 '사랑에 대한 믿음, 건강을 비는 사랑' 등을 의미하기 때문에 선물로 적합하다. 하지만 노란색은 '경멸', 흰색은 '죽은 사람을 향한 애정' 등을 의미하기 때문에 어버이날 선물로는 적합하지 않다.

강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