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학자가 일본 분석한 서적 3종 출간
이웃과 긴장관계 유지하는 일본의 이면이 궁금하다면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를 이룬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했지만,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에 성공해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 일원이 됐다.

하지만 일본은 이웃나라인 한국, 중국과는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 세기 전 제국주의 팽창 정책을 추진하면서 주변 나라를 식민지로 삼은 일본은 과거사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와 영토 문제 등으로 이웃과 충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을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역사적으로는 친밀해지기 어려운 국가라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에 퍼진 일본에 관한 지식 중에는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것도 있다.

최근 잇따라 발간된 '중국과 일본', '일본은 어디로 향하는가', '일본 정치사회의 우경화와 포퓰리즘'은 미국, 일본, 한국 학자가 각자 시각으로 일본을 분석해 일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다.

지난해 별세한 동아시아 전문가 에즈라 보걸이 쓴 '중국과 일본'은 일본이 중국 문명을 본격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600년 무렵부터 현재까지 약 1천500년에 걸친 양국 관계를 다뤘다.

중국과 일본을 모두 연구한 저자는 두 나라가 '긴장되고 위태로우며 심오하면서도 복잡한' 관계를 이어왔기에 "과거와 관련한 양국 국민들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고려하면 역사를 논하지 않고 이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얻기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과 중국이 역사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맺었으나, 1894년 일어난 청일전쟁을 기점으로 일본이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일본이 중국 문명의 기초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600∼838년,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중국이 일본을 배운 1895∼1937년, 일본 총리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와 중국 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가 만난 뒤 협력관계를 모색한 1972∼1992년을 주요 분기점으로 본다.

양국 관계 흐름을 개괄적으로 살핀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현대에 교류가 급격히 늘었음에도 두 나라 지도자가 상대에 대해 느끼는 공감과 신뢰 수준이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정치인들이 자국민의 충성심을 모으기 위해 상대 국가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긍정적인 면은 관심을 덜 기울인 전략이 있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경색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으로 '역사 바로보기'를 제안한다.

일본은 고위 공직자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방문 자제, 교과서에 중일전쟁의 '침략' 사실 기재 등으로 중국에 다가서고, 중국은 일본을 필수 협력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제언은 한국과 일본 관계에도 상당 부분 적용할 만하다.

두 나라도 고대부터 협력과 긴장을 거듭해 왔으나, 지금은 과거사 문제 등에서 대립하고 있다.

역사 인식 공유와 교류 확대가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관 출신 논객인 사토 마사루(佐藤優)와 사상사 연구자인 가타야마 모리히데(片山杜秀) 게이오대 교수의 대담을 글로 옮긴 '일본은 어디로 향하는가'는 1989년부터 2019년까지 헤이세이(平成) 30년을 되돌아본 책이다.

아키히토 일왕 연호인 헤이세이 시기에 일본은 '버블 경제'가 붕괴해 사회 분위기가 정체했고, 크고 작은 재난을 겪었다.

헤이세이 시기를 여덟 개로 나눠 주요 정치·경제·사회·문화 현상을 논한 저자들은 장기 집권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비판한다.

2012년 출범한 제2기 아베 내각의 버팀목이 정치에 대한 일본인의 환멸에서 비롯한 니힐리즘(허무주의)이라고 본 사토는 아베에 대해 "실증성과 객관성을 무시하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세계를 이해하는 반지성주의자"라며 "그에게 국가 전략이나 안전 보장, 경제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어물전에서 아스파라거스를 찾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거침없이 몰아붙인다.

젊은이들이 꿈보다는 조심, 자유보다 안전을 선택하게 된 헤이세이 시기에 대해서는 "과거의 유산을 탕진하고 무의식적으로 미래에 청구서를 남겨뒀다"고 저자들은 평가한다.

'일본 정치사회의 우경화와 포퓰리즘'은 도쿄대학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은 이종국 전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21세기 일본 정치를 분석한 학술서다.

저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일본을 이끈 2001년 이후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과 보수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베 정권이 '개혁'을 내걸고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융합한 정책을 전개했다고 진단한 뒤 "일본이 성숙한 보수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그간 중시한 전후 헌법 질서나 제도·관습을 중심으로 개혁을 진행해야 하며, 과거를 반성하는 역사 인식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이웃과 긴장관계 유지하는 일본의 이면이 궁금하다면

중국과 일본 = 까치. 김규태 옮김. 592쪽. 2만7천원.
일본은 어디로 향하는가 = 열린책들. 송태욱 옮김. 528쪽. 2만2천원.
일본 정치사회의 '우경화'와 포퓰리즘 = 선인. 335쪽. 2만3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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