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 걸으며 카타르시스"…시니어 모델들의 제 2의 인생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딸로 살다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 시작하게 됐어요. 런웨이에 오를 때마다 긴장되지만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5년 전부터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숙 씨(62)는 최근 서울 역삼동 맥아트홀 연습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씨를 포함해 이곳에 모인 이들의 나이는 60대 초중반. 시니어 모델들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이들은 젊은 모델 못지않은 파워 워킹으로 연습실을 활보했다.

패션·홈쇼핑 모델로 활동 중인 김정애 씨(65)는 “충주에서 서울로 고속버스를 타고 와서 배우고 활동한다"며 "경험해 보지 못한 신세계에 빠져 매번 소풍가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함께 패션·홈쇼핑 모델을 하고 있는 김정희 씨(61)는 “홈쇼핑 생방송까지 하다 보니 어렵지만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이 들면서 체형이 구부정하게 변했는데 교정도 많이 되고 표정도 밝아졌다”고 했다.

원혜영 씨(61)는 "젊은 사람들처럼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머리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계단 오르는 것만으로 숨이 찼지만 이젠 훨씬 건강해 지고 활력도 생겼다"고 강조했다.
"런웨이 걸으며 카타르시스"…시니어 모델들의 제 2의 인생

최근 이들처럼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정애 씨는 “시대도 바뀌었고 시니어에 대한 의식도 많이 달라졌다"며 "숨은 잠재력을 일깨워 모델로 활동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김정희 씨는 "남편과 자식, 며느리 등 가족들이 정말 좋아해 준다"며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도 시니어 활동에 큰 힘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국대 평생교육원 리얼시니어모델 최고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김대희 교수는 “시니어 모델을 하려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2019년부터 전국 30여 개 대학에 교육 과정이 생겼다”며 “지난해 기준 9000~1만2000명 정도가 배출된 것 같다”고 추산했다.

이들은 여전히 다양한 꿈을 꾸고 있다. 원씨는 이틀에 한 번 2시간 정도씩 웨이트 운동을 하며 몸을 열심히 가꾼다. 지난 4월엔 트레이너 자격증도 땄다. 패션모델 수업을 듣기 위해 매주 원주에서 서울까지 왕복도 하고 있다. 원씨는 “미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전히 무언가에 미치고 싶다”며 “운동 실력을 보완해 많은 시니어에게 가르쳐 드리고 모델 활동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희경 기자 / 사진=김영우 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