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독자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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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잡는다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쫓아갔죠. (범인을) 건물 구석으로 몰아놓고 경찰이 올 때까지 잡아뒀습니다"
최근 문자금융사기(메신저피싱) 수거책을 직접 붙잡아 경찰에 넘긴 시민의 용감한 행동이 화제다.

주인공은 경기도 화성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근무하는 김성호(가명·30대)씨.
[OK!제보] 추격전 끝 메신저피싱범 잡은 30대 청년 "다른 피해 막아야죠"
김씨는 지난달 21일 A은행으로 표시된 발신자로부터 기존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대출을 갈아타기로 한 김씨는 메시지로 받은 대출 계약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뒤 대출을 신청했다.

그러자 기존 대출이 있는 B캐피탈의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가 연락해 대환대출 신청으로 계약이 해지됐다며 대출 잔금 1천여만원을 하루 내 납부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잔금을 B캐피탈 지점이 아닌 인근 주택가에서 B캐피탈 직원에게 직접 건네면 대출 기록을 지울 수 있다며 이른바 '수동 상환'을 종용했다.

이에 의구심이 든 김씨는 은행원인 지인에게 수동 상환에 대해 물었다.

지인은 수동 상환이라는 방식이 없을뿐더러 대면으로 현금 상환을 요구하는 것이 전형적인 피싱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OK!제보] 추격전 끝 메신저피싱범 잡은 30대 청년 "다른 피해 막아야죠"
피싱임을 확신한 김씨는 돈을 인출한 척하며 수거책을 만나 명함과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눈치를 챈 수거책은 이를 거부한 채 뒷걸음질 치다가 이내 달아나기 시작했다.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뒤 그를 뒤쫓았다.

그는 골목길 담장을 뛰어넘는 등 200m가량 추격전을 벌인 끝에 수거책을 건물 모퉁이로 몰아넣어 붙잡아둔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넘겼다.

김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범인을 쫓다가) 험한 일 당하면 어쩔 뻔했냐'는 말도 들었지만 당시엔 잡아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며 "수거책이라도 잡아야 다른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공식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피싱 일당에게 연결됐다"며 "해킹 사실을 깨달은 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급하게 해킹 앱을 삭제하고 휴대전화를 초기화해야 했다"고 말했다.

피싱 사기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금융기관 공식 앱을 가장한 휴대전화 해킹 앱을 설치토록 해 금융기관 고객센터로 거는 전화를 가로챘다.

해킹 앱은 메시지 내용과 통화 기록, 주소록 등 휴대전화 내 개인정보까지 빼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맡은 화성서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수거책을 구속하고 관련 내용을 수사 중"이라며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나선 김씨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거책 검거로 추가 피해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며 "김씨에게 신고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경찰서장 명의의 감사장 수여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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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