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포함 교황청 관리직은 '청렴' 자진 신고…허위면 해임도 가능
'바티칸판 김영란법'…교황청 직원 5만원 이상 선물 수수 금지(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내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놨다.

교황청은 29일(현지시간) 공공 재정의 투명한 관리와 관련한 자의 교서(Motu Proprio) 형식의 교황 교서(Lettera Apostolica)를 공개했다.

자의 교서란 교황이 자신의 권위에 의거해 교회 내 특별하고 긴급한 요구에 응하고자 자의적으로 작성해 발표한 교황문서를 말한다.

칙서(constitutio)보다는 조금 가벼운 규율 문제나 행정적 문제를 다루는 집행적 성격이다.

이에 따르면 교황청 관리직 또는 행정·사법·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모든 직원은 바티칸이나 해외에서 부패·사기·테러·돈세탁·미성년자 성 학대·탈세 등의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없고, 서명 시점에 관련 재판이나 수사를 받고 있지도 않다는 내용의 신고서에 서명해야 한다.

조세회피처를 포함해 돈세탁 위험이 큰 것으로 분류되는 국가 또는 기업에 본인은 물론 제삼자를 통해 어떠한 자산도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가진 재산은 전부 합법적인 활동으로 취득됐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한다.

환경 파괴·인명 경시 등과 같이 교회의 사회적 교리와 맞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기업의 주식 보유 또는 투자도 금지된다.

신고 대상에는 교황청의 고위 보직을 맡은 추기경급도 포함된다.

이러한 자진 신고는 처음 채용될 때 의무적으로 행해지며, 이후 2년 주기로 갱신된다.

교황청은 허위 신고한 직원을 해고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경우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교황 교서에는 교황청과 바티칸 시국, 그외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은 직무와 관련해 40유로(약 5만4천원) 이상의 금액에 상응하는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교황청 내 부정부패 예방·근절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차근차근 도입해왔다.

작년에는 부패 온상으로 지목된 공공 입찰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국제 기준으로 끌어올리고 금융 활동 감독 기능을 대폭 강화한 법·제도를 승인한 바 있다.

특히 교황청 관료조직의 심장부인 국무원이 영국 런던 첼시 지역의 고급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전 세계 신자들 헌금으로 조성되는 '베드로 성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작년 중반 세상 밖으로 공개된 이후 부패 추방을 위한 발걸음은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