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증식→방사→야생부화…국내 멸종 42년 만에 결실
내달 40마리 추가 방사…"'야생 복원' 한 발짝 가까워져"
야생으로 돌아간 따오기, 자연 속 번식 길을 열다
우리나라에서 멸종됐던 따오기가 야생에서 번식에 성공했다.

1979년을 끝으로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지 42년, 중국에서 도입한 한 쌍으로 복원에 나선 지 12년 만이다.

경남 창녕군은 29일 이방면 모곡마을 한 나무 둥지에 자리 잡은 따오기 새끼 2마리를 공개했다.

안전하게 자란다면 새끼들은 오는 6월 둥지를 떠나 하늘을 누빌 것으로 예상된다.

부모는 2019년 따오기 첫 야생 방사 때 자연으로 돌아간 2016년생 동갑내기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8호인 따오기는 관련 동요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새였다.

동북아시아 전역에 분포하는 따오기는 1860년 무렵 우리나라에 많이 분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913년에는 서울 북부 지역에서 따오기 50마리 무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1979년 비무장지대(DMZ)에서 사진이 찍힌 뒤로 야생 따오기는 국내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김성진 따오기연구소 박사는 "따오기는 비교적 행동이 느린 데다 주로 인가 주변에 서식해 사냥감으로 쉽게 희생됐다"며 "포획과 서식지 훼손, 먹이 감소 등이 멸종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야생으로 돌아간 따오기, 자연 속 번식 길을 열다
따오기 복원은 2008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때 기증을 약속받아 한 쌍을 데려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창녕군은 중국 사육사로부터 기술을 받아 독자적인 증식 기술을 개발했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수컷 2마리를 추가로 기증한 것을 계기로 복원 시도가 본격화했다.

우포따오기복원센터는 증식 기술을 토대로 봄철 번식기 성체 관리부터 알 부화, 새끼 사육까지 관리했다.

자연 상태의 따오기 새끼는 45일 만에 둥지를 떠나 독립하지만, 사람 손에서 자란 따오기는 독립까지 50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장기간 관심을 쏟아야 한다.

현재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서 따오기 432마리가 증식됐다.

증식한 따오기는 2019년부터 40마리씩 2차례 방사했다.

내달 6일 40마리를 우포늪 야생에 추가로 방사할 예정이다.

최초 방사 후 따오기가 사랑을 나누는 가교미 행위는 종종 포착됐지만, 부화 소식은 지금껏 없었다.

암컷 따오기가 산란을 하더라도 무정란인 경우가 많아 부화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김 박사는 "쌍을 이룬 따오기가 산란까지 성공하는 사례는 종종 확인되지만, 부화까지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산란했다고 해서 섣불리 기대감을 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야생으로 돌아간 따오기, 자연 속 번식 길을 열다
창녕군은 우포늪에 있는 따오기 수가 3천마리 이상 늘어나면 멸종위기종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군은 이번 자연 부화를 통해 '따오기 야생 복원'이라는 최종 목표에 한 발짝 나아갔다고 분석했다.

한정우 창녕군수는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동물적 본능을 그대로 가진 따오기 새끼가 태어난 것"이라며 "따오기가 야생에 적응해 안정적으로 개체군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야생으로 돌아간 따오기, 자연 속 번식 길을 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