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바다, 수족관 그리고 인생
먹구름 낀 하늘 아래 붉은 등대와 바다가 보인다. 그 밑으로 짙은 구조물과 출렁이는 물결, 물고기 그리고 또 다른 단면들이 이어진다. 추상화 같은 이 장면은 사진가 김경희가 바닷가 횟집의 수족관과 물고기를 바다와 함께 담은 사진으로, ‘쁘띠 레퍼토리’ 연작 가운데 하나다. 물고기에게 바다는 위험하지만 넓고 자유로운 생명의 공간이다. 반면 수족관은 안락하고 먹이도 제공되지만 횟감을 위한 일시적 장치일 뿐이다. 수족관, 물고기, 바다 등 세 피사체는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혹시 내가 수족관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묻게 된다.

김씨의 연작은 일상생활에서 발견한 개인적 경험을 촬영한 것들이다. 그런데 관람자에게 작가의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하진 않는다. 편안하고 어여쁜 작품에 익숙한 사람에겐 다소 불친절한 사진들이다. 김씨는 모호해 알 수 없는 것 또는 볼 수 없는 걸 상상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탁월한 능력이자 욕망이라고 얘기한다. 예술 작품은 보이는 것 너머 무언가를 고민하고 상상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갤러리브레송 5월 1~15일)

신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