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은 오는 6월부터 고(故) 이건희 회장이 평생에 걸쳐 모아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 점을 순차적으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기증을 계기로 상속세를 미술품과 문화재로 내는 물납제 도입 및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 신축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6월부터 대표 기증품을 선별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특별공개전’을 열고 유물 공개를 시작한다고 28일 발표했다. 내년 10월에는 기증품 중 대표 명품을 추려 공개하는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명품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또 13개 지방 소속 박물관과 국외 주요 박물관 한국실 등에도 기증품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8월 서울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을 연다. 서양미술 거장들의 작품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9월에는 과천, 내년엔 청주 등 지방에서도 특별 전시와 상설 전시를 통해 작품을 공개한다.

기증품들의 해외 전시 투어도 추진된다.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미국 LA 라크마미술관이나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에서 예정된 전시에 이번 기증품들을 대거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은 기증품의 사진과 정보 등을 디지털 정보로 입력해 박물관과 미술관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를 활용해 주요 작품을 국외 박물관과 미술관에 알리고 국제적 위상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역사적·예술적·미술사적 가치를 조망하기 위한 관련 학술대회 개최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번 기증을 계기로 상속세 물납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 중 대다수가 기증을 통해 예술 작품을 확보하고 있다”며 “재정당국과 물납제 도입 관련 협의가 잘 이뤄져 더 많은 국민이 문화예술 작품을 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보관 인프라도 집중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최고 수준의 예술품이 대량으로 소장품에 편입되면서 수장고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황 장관은 “미술관과 수장고를 새롭게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