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의 별은 없지만 인도 무희는 춤춘다
국립발레딘아 대형 발레극 ‘라 바야데르’를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대면 공연은 성사됐지만 발레 팬들에게 아쉬움이 남았다. 발레리노 김기민 출연이 무산돼서다. 김기민은 당초 오는 29일과 다음달 1일 으로 무대에 오르려 했으나 ‘2주간 자가격리‘가 발목을 잡았다. 국립발레단은 지난달 31일 김기민의 공백을 단원인 허서명과 박종석이 메운다고 발표했다.

김기민은 2011년 러시아 명문인 마린스키발레단에 동양인 최초로 입단했다. 4년 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고, 2016년에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에서 ‘최고 남성 무용수상’을 탔다. 발레, 클래식 등 고전예술에 자부심을 갖는 러시아에선 스타로 떠올랐다. 발레계에선 “러시아 고위공직자들도 김기민에게 사인 받으려 줄을 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실망하긴 이르다.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 발레극이라서다. 무대에 오르는 120여 명의 무용수가 공연에서 갈아입는 의상은 200여벌. ‘블록버스터’급 발레 공연으로 유명하다. 국립발레단도 2016년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작품이다.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일컫는다. 약 160분 동안 3막에 걸쳐 군무, 독무, 2인무 등을 춘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여성 무희 니키아,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전사 솔로로, 권력가인 공주 감자티, 제사장 브라만 등 네 주인공이 사랑과 배신, 욕망 등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보여주는 드라마 발레다.

국내에선 2013년 초연됐다. 러시아 발레 역사의 산증인인 유리 그리고로비치(94)가 국립발레단을 위해 안무를 짰다. 볼쇼이발레단 안무와 달리 섬세한 춤을 곁들였다. 3막에서 펼치는 군무가 백미로 꼽힌다. 32명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군무로 발레 블랑(백색 발레)의 정점을 찍는다.

발레 블랑은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서 안무의 신비감을 극대화하려는 무대 연출이다. 무용수들이 한쪽 다리만 고정시킨 채 다른 다리를 쭉 뻗어 허공을 가르지르는 ‘아라베스크’ 동작을 반복해 관객들을 매혹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펼치는 공연이다. 국립발레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단체다보니 다른 곳보다 방역에 주의했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 공연을 취소하거나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했다. 대면 공연이 성사돼도 무대 규모를 줄였다. 단원들이 독무나 2인무를 창작한 ‘KNB 무브먼트 프로젝트’를 펼쳤다. 지난해 11월 펼친 발레극 ‘해적’도 공연 길이를 3막에서 2막으로 줄였다.

오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