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은 해외에서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로 평가받고 있다. 연기 방식이 독특하고 개성 넘친다는 뜻에서다. 윤여정은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작위적인 연기가 아니라 자신의 본래 말투와 태도를 그대로 가져간다. 그런데도 캐릭터가 빛나고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예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윤여정의 ‘비전형성’은 올해 아카데미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 비결로도 평가받는다. 영화 ‘미나리’에서 그는 오줌 싸는 손자를 놀리고 화투를 즐기는 철부지 같은 연기를 보여주다가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깊이 있게 표현해냈다. 다채로운 감정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다는 얘기다.

미나리를 닮은 끈질긴 생명력도 그의 독보적 연기력을 설명하는 요소다. 윤여정은 지금의 자신을 만든 원동력으로 ‘열등감’을 꼽는다. 26일 아카데미시상식 후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내 연기 철학은 열등감에서 비롯됐다”며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배우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여정은 말했다. “내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웠다. 나중엔 먹고 살기 위해 절실하게 연기했다. 대본이 곧 성경 같았다.”

그는 지난 2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생존자’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혼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이혼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출연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여정은 “연기를 그만둘까, 다시 미국으로 갈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며 “그러나 나는 여전히 살아있고 마침내 연기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생존만을 위한 연기를 했다면 오스카까진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윤여정은 ‘돈의 맛’ ‘죽여주는 여자’ 등 과감한 작품과 캐릭터 선택으로 연기 세계를 확장해왔다. 박혜은 영화평론가는 “다른 배우들에게도 맡겨질 만한 것보다 오직 자신이기 때문에 들어오는 캐릭터와 작품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