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행동생물학자 마들렌 치게 '숲은 고요하지 않다'

"생명체는 주변 환경의 메시지를 받아 반응해야 한다.

작은 버섯에서 큰 나무에 이르기까지 전달할 메시지가 많다.

숲이 고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 제대로 귀 기울여 듣지 않았을 뿐이다.

"
독일의 행동생물학자 마들렌 치게는 최근 출간된 '숲은 고요하지 않다'(흐름출판)에서 식물과 동물 등 생명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통한다며 숲 안에서 끊임없는 정보 전달이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책의 큰 흐름은 '바이오커뮤니케이션'이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바이오'는 생명을 뜻하고 라틴어에서 유래한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를 뜻한다.

저자는 이를 "모든 생명체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요약한다.

저자는 생명체가 살아가려면 주변 환경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디에 빛과 물이 있고, 어디로 가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지, 어디에 먹이와 천적이 있는지 등 정보는 생존과 직결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인간도 속한 생태계는 생명체들 간 정보 교환과 무생물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치열하게 작동함으로써 형성된다고 전한다.

기본적으로는 색과 형태, 움직임 등 시각적 정보를 이용하지만 전자 에너지나 색소, 냄새나 음파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짚신벌레 같은 단세포 생물은 수많은 생명체의 먹이가 되지만 순순히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전략을 마련해뒀다고 설명한다.

짚신벌레는 천적의 냄새 분자가 수용체에 닿으면 즉시 반응할 수 있는데, 코벌레가 등장하면 '트리코시스트'란 화살을 쏴 자신을 방어하는 걸 예로 든다.

색·몸짓·에너지·음파…각자 방식으로 소통하는 생명체

책은 비늘송이버섯의 바이오커뮤니케이션 사례도 제시한다.

저자는 "이 버섯은 혼합림과 침엽수림에서 나무들과 공생관계를 맺는데, 나무 파트너에게 세포 성장을 설득하고자 할 때마다 인돌-3-아세트산을 방출한다"며 "식물 세포가 많을수록 버섯도 공생 파트너와 더 촘촘하게 연결해 양분을 많이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체내수정을 해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대서양의 물고기 몰리와 자신을 노리는 천적을 속이기 위해 암호를 보내는 지빠귀,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방향을 바꾸는 옥수수의 뿌리, 공중변소를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토끼, 눈 대신 세포를 이용해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플라나리아 등 다양한 소통 방식도 소개한다.

저자는 이런 생명체들의 사례를 토대로 인간에게도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많은 환경 정보를 감지하고 받아들이지만, 같은 언어를 구사한다고 해도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언어가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책은 "의사소통은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다.

이미 생명이 시작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연결해줬다"며 "생물들의 소통에 관한 비밀을 깨닫는다면 인간도 정보 교환의 한계를 해결하고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배명자 옮김. 320쪽. 1만8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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