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경제교사' 크루거 마지막 책 '로코노믹스' 번역출간

2017년 발표된 '데스파시토'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6주 연속 1위에 올라 역대 최장 2위 기록을 가진 곡이다.

푸에르토리코 국적의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가 그해 1월 발매한 스페인어 가사의 이 노래는 라틴권에서 인기를 끌다가 같은 해 4월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영어로 피처링한 리믹스 버전이 나오자 차트 '역주행'을 시작해 유튜브 조회 수 70억 뷰를 넘기는 대성공을 거둔다.

리믹스 버전에서 저스틴 비버는 이 노래의 맨 앞부분을 맡았다.

이처럼 대중음악계에서 컬래버레이션 곡들이 늘어나고, 대체로 처음 30초 이내의 초반부에 피처링으로 등장하는 추세를 보인다.

컬래버레이션 곡의 피처링은 왜 초반 30초 안에 등장할까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 앨런 크루거는 세상을 등지기 전 마지막으로 쓴 저서 '로코노믹스(Rockonomics)'에서 이런 대중음악의 현상들을 경제학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슈퍼스타가 초반부에 피처링하는 이유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최소한 30초 동안 스트리밍하는 곡에 대해서만 저작권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스트리밍에 대한 경제적 보상 시스템이 곡을 작곡하고 공연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컬래버레이션이 증가하는 현상은 음악 그룹의 구성원 수 감소에서 답을 찾는다.

1976년 빌보드 '아티스트 100'에 등장하는 밴드는 평균 4.5명이었지만, 2016년에는 솔로 아티스트가 훨씬 더 많아졌고 이들을 제외한 밴드의 구성원 수는 평균 3.2명으로 줄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소수의 뮤지션으로도 음악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됐으며 다른 조건이 같다면 밴드 구성원 수가 적을수록 수입을 배분할 때 혜택이 커지기 때문에 밴드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분석한다.

이처럼 구성원 수의 감소로 다른 아티스트들에게서 피처링을 지원받는 곡들이 많아졌으며 음악이 외주 제작으로 향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위대한 개츠비 곡선' 개념을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비판했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연유한 이 개념은 소득 불평등이 커질수록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이 작아진다는 것이다.

저자가 2019년 3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집필을 마쳐 사후 출간된 이 책 역시 음악산업의 불평등 문제에 주목한다.

스웨덴 팝 그룹 아바가 1980년 히트시킨 노래 'The Winner Takes It All'처럼 음악계는 '승자 독식' 법칙이 작동됨을 설명한다.

저자는 2017년에 상위 0.1%에 해당하는 아티스트들이 전체 앨범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역시 이와 비슷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졌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체 콘서트 수입 중 상위 1% 뮤지션에게 돌아간 수입은 1982년 26%에서 2017년에는 60%로 늘었으며 상위 5% 뮤지션들은 하위 95% 뮤지션들의 수입을 합친 것보다 6배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음악 제작 기술의 발전, 낮은 진입 비용 덕분에 음악 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더 평등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뮤지션들의 수입에 관한 한 음악 산업은 더욱 불평등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책은 저자가 음악 산업의 이면을 살펴보면서 정리한 7가지 경제적 교훈을 토대로 구성됐다.

7가지 교훈 가운데 수요와 공급 원리, 규모와 대체 불가능성, 운의 위력, 라이브 공연·아티스트 상품 등의 필요성, 가격 차별화의 적용, 비용 절감 등 6가지는 경제학으로 설명하며 마지막 장은 음악을 경이롭게 해주는 '경제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을 다룬다.

비씽크. 380쪽. 1만8천원.
컬래버레이션 곡의 피처링은 왜 초반 30초 안에 등장할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