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드 자카리아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혼자서 행동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고 더 튼튼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협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허황한 꿈이 아니다.

그것은 상식이다.

"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편집장 출신으로 CNN 국제 정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저널리스트 파리드 자카리아(57)는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민음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시대엔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미 예일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미 시사주간지 네이션이 '차세대 키신저'로 지목한 만큼 국제정치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외교정책 자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책에서 팬데믹과 관련한 10가지 변화의 흐름과 그로 인한 기회에 대해 다룬다.

특히 팬데믹이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치명적이었다며, 현세대 인류가 중요한 분기점을 지났다는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이제 우리는 전염병 대유행이 무엇인지 알고 그 대응에 대한 문제와 대가 또한 안다"며 "코로나19가 지나간다 해도 미래에 또 다른 전염병이 발병할 것이다.

'포스트 팬데믹'이란 새 시대를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팬데믹 이후 세계가 우리가 알던 세상의 '빨리 감기' 버전이 될 거라고 말한다.

저자는 '빨리 감기'를 하면 그 안의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진척되지 않고, 그 결과가 파괴적이거나 치명적일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한다.

특히 5세대(5G)를 향한 경쟁, 글로벌 경제의 디지털화, 미국의 쇠퇴, 계속되는 불평등 문제 등이 팬데믹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또 공동체 사회와 각종 제도 또한 큰 변화를 맞게 되고, 개인의 가치와 우선순위도 달라질 거라고 말한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성찰…미국 저널리스트의 10가지 제언
저자는 팬데믹 시대에 모든 나라가 경제적인 성장을 멈추고 세계를 꽁꽁 닫아걸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당면한 여러 가지 위험을 지금보다 훨씬 더 절실히 인식하고 위험에 대비해 사회가 회복 탄력성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또 저자는 20세기 최대의 정치 논쟁은 정부의 크기와 경제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 즉 정부의 양에 관한 것이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정부의 질이 중요해졌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책은 한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의 예를 들며 "유능하고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며 신뢰받는 국가, 질 좋은 정부였다"고 말한다.

이들 국가가 재빨리 팬데믹에 대응하고 폭넓은 검진을 실행했으며, 감염자를 추적하고 확산세를 늦췄을 뿐만 아니라 봉쇄 조치 없이도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 미국에 대해선 "영향력도 혁신의 힘도 잃어버려 편협해지고 한층 더 세계 무대에서 멀어질 수 있다"며 "세계는 수십 년 동안 미국으로부터 배워야 했는데 이젠 미국이 세계로부터 배워야 할 차례"라고 언급한다.

이 밖에도 저자는 디지털이 기반이 되는 삶 속에서 향후 디지털 경제와 물질 경제의 판도가 바뀔 것이며, 글로벌 시장과 글로벌 상권이라는 근본적인 현실을 변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화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정치는 양극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권기대 옮김. 388쪽. 1만8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