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페인팅 아티스트 지심세연
한경갤러리서 '火+暴(폭)' 전시회

붓 대신 손끝으로 죽죽 그려낸
원초적 감각과 창조적 파괴
갤러리BHAK 제공

갤러리BHAK 제공

“지난 2월 개인전에서 제 작품을 본 주부 한 분이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코로나19로 종일 집에 갇혀 있어 우울하고 무기력했는데, 작품을 보자마자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는군요.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적중한 것 같아 기뻤습니다. 코로나19로 갑갑한 상황에 처한 분들 모두가 제 작품에 담긴 에너지를 받아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심세연 작가가 한경갤러리 1층에 전시돼 있는 500호 대작 ‘20201125'를 설명하고 있다. 일상에서 마법 같은 깨달음이 찾아오는 순간을 표현한 작품이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심세연 작가가 한경갤러리 1층에 전시돼 있는 500호 대작 ‘20201125'를 설명하고 있다. 일상에서 마법 같은 깨달음이 찾아오는 순간을 표현한 작품이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1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초대전 ‘火+暴(폭)’을 개막한 지심세연 작가(본명 김세연·36)의 바람이다. 갤러리 BHAK(박)과 공동기획한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 폭발의 순간을 담은 강렬한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들은 단박에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강렬하다. 500호 크기의 대작 ‘20201125’를 가득 메운 폭발하는 이미지는 밤하늘을 수놓은 폭죽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황홀경이라고 보기엔 팽팽한 긴장감이 서려 있다. 전쟁터에서 폭탄이 터지는 순간 같기도 하다.

“일상 속에서 문득 마법 같은 깨달음이 찾아오는 순간을 표현했습니다.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돈오(頓悟)지요. 무언가를 깨달을 때는 사유와 감정의 격렬한 폭발이 따라옵니다. 그때야말로 형언할 수 없는 인간의 원시적 감각과 원초적인 에너지가 흘러나와요.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생각은 물론 세계가 창조적 파괴를 시작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작품에는 끓어오르고 터져나오는 격렬한 힘이 그대로 담겨 있다. 붓이나 나이프 같은 도구 없이 오로지 손에 물감을 묻혀 모든 것을 표현하는 ‘핑거페인팅’ 기법이 역동성을 더했다.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작가와 관객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장난 삼아 시도해본 기법이었지만 이내 붓을 놓고 손으로만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진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작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심상을 관객에게 보여주는데, (붓과 같은) 중간 과정이 많을수록 작가의 진심이 손상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날것의 에너지를 표현한 작품이지만 들여다보면 정제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폭발의 찰나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결과다. 지심세연은 평소 떠오르는 각종 구도와 색감을 머릿속에서 수없이 조합해 스케치로 옮겨 본다고 했다.

그림 그리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중계하는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를 그가 즐기는 것도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자신감 덕분이다. 대작 ‘20201125’도 서울 명동에서 펼친 라이브 퍼포먼스를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작품명은 퍼포먼스를 시작한 날짜에서 따왔다. 그를 설명할 때는 갤러리 BHAK(옛 박영덕화랑)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젊은 감각의 작가와 화랑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에서다. 독일 베를린에서 주로 활동하던 지심세연은 2018년 갤러리 BHAK 관계자를 만나 의기투합했고, 이듬해 귀국 후 본격적인 국내 활동에 들어갔다.

그는 “지금은 핑거페인팅으로 폭발과 탄생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내 이미지가 특정 기법과 주제에 고착되는 건 피하고 싶다”고 했다. 전시는 5월 1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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