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범택시, 피해자 달래는 가장 큰 위로 '복수'
현실에서 사회적 공분을 샀던 사건들 중엔 법으로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 일들을 보면 답답하고 안타깝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이자 SBS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모범택시’(사진)는 가해자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극으로 그 답답한 마음을 해소해준다.

지난 9일 방송을 시작한 모범택시는 영화 ‘조작된 도시’ ‘자칼이 온다’ 등을 쓴 오상호 작가가 집필했다. 최고 시청률 17.8%를 기록하며 한국형 다크 히어로물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악당 같은 영웅을 내세운 다크 히어로물은 2019년 SBS ‘열혈사제’에 이어 최근 tvN ‘빈센조’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모범택시에는 이제훈, 이솜, 김의성 등이 출연한다. 법으로 해결할 수 없고, 사회가 구원해주지 못한 피해자를 위해 대신 복수해주는 택시회사 무지개운수와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 분)의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담아낸다. “죽지 말고 복수하세요”라는 문구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작품은 아동 성폭력, 노동 착취, 학교 폭력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다. 그동안 현실에서 큰 논란이 된 사건들과 비슷해 피해자 대신 복수해주는 장면들이 더욱 큰 통쾌함을 선사한다.

기존 다크 히어로물과 차별화된 점들도 돋보인다. 가해자를 처단하는 데 그친 다른 작품과 달리 법이 해결하지 못해 풀려난 가해자들을 대신 감금한다. 모범택시로 이동하는 만큼 스릴 넘치는 자동차 추적 장면도 박진감을 더한다. 다양한 기능이 장착된 모범택시로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김도기의 모습은 ‘배트맨’을 연상하게 한다. 불도저처럼 일하는 검사 강하나(이솜 분), 무지개운수의 대표이자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파랑새재단의 대표인 장성철(김의성 분) 등 각각의 캐릭터도 개성 넘친다.

하지만 가해 장면이 지나치게 잔혹하고 상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세 관람가이지만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대신 응징해주는 설정인 만큼 수위 조절이 다소 필요해 보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