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역사

최종훈 지음 / 피톤치드
460쪽│2만1000원
[책마을] 부자의 인생에서 문명의 발자취를 보다

폼페이우스, 카이사르와 함께 삼두정치로 로마 공화정을 이끌었던 마르쿠스 크라수스. 그는 서구에서 땅의 경제적 가치를 가장 먼저 이해한 부자였다. 로마 도심의 공동주택에 불이 나서 가치가 떨어지면 저가에 쓸어 담았다. 약간의 수리와 인테리어를 거친 다음 웃돈을 붙여 되팔았다. 토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귀족들에게선 부동산 대출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독과점에 가까운 시장 장악력을 가진 뒤에는 허위 과장 광고로 신축 분양권을 시중에 뿌렸다. 크라수스는 부동산 제국으로 로마 최고의 갑부 반열에 올랐다.

최종훈 한국투자컨설팅 대표는 《부자의 역사》에서 인류 역사상 최고 부자들의 삶을 내밀하게 조망한다. 부자는 인간이 간단한 물물교환에서 출발해 농경과 목축으로 얻은 산물을 모으면서 탄생했다. 저자는 욥과 같은 신화적 고대 인물부터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같은 현대 부자에 이르기까지 15명의 삶을 조망한다.

저자는 이들이 재산을 축적하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다양한 산업이 탄생하고 인류의 문명이 발전해 왔는지 보여준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욥은 소를 통해 큰 부를 일궜다. 캐시카우라는 말이 있듯이 꾸준히 우유를 생산하는 수익창출원으로서 소가 그의 재산이자 금괴였다. 고대 그리스와 경쟁했던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최초로 금화와 은화를 주조한 인물이었다. 그는 상업과 무역이 태동하던 시기에 금화를 통해 거부가 됐다.

저자는 부자들의 공통점으로 ‘하마르티아’의 극복을 꼽는다. 하마르티아는 그리스어로 벗어남, 일탈을 뜻한다. 위대한 인물들이 갖는 오만함, 질투심, 변덕스러움과 같은 선천적 결함이다. 크라수스는 정적 폼페이우스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모두가 말린 파르티아 원정에 나섰다가 죽는다. 스티브 잡스는 괴팍한 성격과 종잡을 수 없는 기질 때문에 자신이 일으킨 회사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부자들은 이런 자신의 결함, 부족, 결핍을 활용해 인생 역전을 이룬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 새로운 사업 영역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나중에 침몰 직전인 애플로 다시 돌아와 성공 신화를 일궜다. 나탄 로스차일드는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으로 도산 직전까지 몰렸다. 나폴레옹이 졌다는 뉴스를 가장 먼저 듣고 영국 국채를 헐값에 사들이는 반전을 일구며 백만장자 가문을 만드는 주춧돌을 놨다. 이들은 자신들의 불행마저 지렛대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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