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사랑한 미술관
스페이스K서울

20년 메세나 이어온 코오롱이 운영
내달 27일까지 헤르난 바스展 열려
실력 뛰어나지만 덜 알려진 작가 소개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개관한 ‘스페이스K서울’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열리고 있는 미국 작가 헤르난 바스의 ‘모험, 나의 선택’전을 보기 위해서다. 바스는 다양한 색채와 낭만적인 화풍에 젊은 세대의 짙은 고뇌까지 담아냈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 ‘소년과 바다’ 등은 SNS에서도 많이 공유되고 있다. 미술 애호가로 유명한 그룹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이장욱 수석 큐레이터는 “마곡지구에는 회사가 많아 주말엔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인데 전시 개막 이후 1만 명 넘게 다녀갔다”며 “부산 등 지방에서도 전시를 보러 온다”고 설명했다.
○20년 넘는 메세나 활동…지역민 문화 향유에 초점
스페이스K서울은 코오롱그룹이 설립,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전시장 곳곳을 둘러봐도 기업 로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만든 미술관이 아니어서다. 이 큐레이터는 “기업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사회의 필요한 부분에 들어가 돕자는 게 설립 취지”라며 “미술을 매개로 지역 주민이 문화를 향유하고 직원들의 창의력을 증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의 메세나 활동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첫 시작은 1998년 ‘코오롱 분수문화마당’이었다. 경기 과천에 신사옥을 지어 분수문화마당을 만들고 클래식,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10년 동안 펼쳤다. 2009년 로비에서 연 이벤트성 전시가 예상외의 호응을 얻으며 정규 전시로 확장했다. 2011년엔 과천 본사 로비에 ‘스페이스 K’를 열었다. 이후 서울 강남의 코오롱모터스를 비롯해 광주, 대구, 대전 등에서도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코오롱 오너 가족들의 미술 사랑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의 부친인 이동찬 선대 회장이 1995년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후 화가로 활동한 것이 출발점이 됐다. 이어 이 명예회장도 미술에 깊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장·식물원과 함께 문화벨트 형성
방탄 RM도 다녀갔다…'나만 알고 싶은' 작가들의 메카

새롭게 개관한 스페이스K서울은 총 105억원을 들여 건립됐다. 마곡지구 문화공원 2호에 연면적 2044㎡(약 600평) 규모로 조성됐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소장이 건축과 설계를 맡았다. 곡선과 호가 어우러져 부드럽고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뒤 20년간 코오롱이 맡아 운영한다.

스페이스K서울은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공간이 적은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보다 많은 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 큐레이터는 “향후 LG아트센터 등이 들어오면 전시관과 더불어 큰 문화벨트가 형성될 것”이라며 “서울식물원도 인근에 있어 전시부터 공연, 산책까지 이어지는 문화생활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원 작가와 전시를 정할 때도 특별한 기준을 갖고 있다. 바스처럼 실력이 뛰어나지만 국내에선 덜 알려진 해외 작가, 국내 신진 작가나 경력 단절 작가 등의 전시를 주로 진행한다. 코오롱은 2011년부터 과천 스페이스K를 운영한 이래 지금까지 437명의 작가를 지원하고, 152회의 전시를 개최했다. 이 큐레이터는 “흥행이 보장된 작가보다 전시 기회가 많지 않은 분들을 선정하고 있다”며 “다른 일을 하면서 취미로 작업하는 분들보다 전업 작가를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스의 전시는 다음달 27일까지 열린다. 오는 7~9월엔 영국 개념미술 작가 라이언 갠더의 전시가 개최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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