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Laure Lec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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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퍼커셔니스트 박혜지(30·사진)가 타악기의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15~1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 ‘오스모벤스케와 시벨리우스’에서다.

박혜지는 2019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콩쿠르 타악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신예 연주자다. 이번 공연에서는 서울시향과 페테르 외트뵈시의 ‘말하는 북’을 협연한다. 그에게 제네바 콩쿠르 우승의 영예를 안겨준 레퍼토리다. 헝가리 현대음악가 외트뵈시는 시인 뵈레시 샨도르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2013년에 이 곡을 썼다.

3악장 내내 쉼없이 박자가 바뀌는 게 특징이다. 경쾌한 춤곡으로 시작해 즉흥연주가 들어간 넌센스곡, 선율을 반복하다 성부별로 변주하는 파사칼리아 등 다양한 주제곡이 뒤섞여 있다.

무대 위에 펼쳐놓은 타악기만 열 가지가 넘는다. 박혜지는 오케스트라의 기초 박자를 맞추는 팀파니부터 심벌즈, 마림바, 트라이앵글, 차임벨 등을 다룬다. 둥근 목판을 두드려 소리내는 타악기 ‘모쿠쇼’와 사자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는 ‘라이언스 로어’ 등 대중들에겐 생소한 악기도 연주한다.

연주자의 목소리도 악기처럼 활용한다. 연주하는 도중에 단어나 문장을 여흥구처럼 뱉어내는 식이다.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뵈레시 샨도르가 쓴 시 구절을 짤막하게 소리치는 것이다.

서울시향은 ‘말하는 북’ 연주에 앞서 벨라 바르톡의 ‘춤 모음곡’을 들려주고, 장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1번’을 피날레로 연주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