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알콜렉티브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


늘 비누 향 가득하던 신미경(54)의 전시장에 향기가 사라졌다.

26년 동안 비누라는 색다른 재료로 고대 유물들을 재현해 '비누 작가'로 알려진 신미경이 이전 작업과 전혀 다른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마포구 연남동 씨알콜렉티브에서 13일 개막하는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Abstract Matters)'는 조각 재료로 추상회화 같은 표현을 시도한 '평면 조각'을 소개한다.

작가의 기존 작업은 비누로 특정 문화를 대표하는 역사적 유물과 예술품을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그리스·로마 조각상과 불상, 도자기 등을 비누로 정교하게 빚어냈다.

씨알콜렉티브가 올해의 CR작가로 선정해 개최하는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추상성이라는 개념에 집중해 조각과 회화, 건축의 경계가 모호한 작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예전 전시와 달리 평면에 가까운 조각 작품들이 벽에 걸렸다.

회화적인 조각이라고 할 수 있는 신작 50여 점은 즉흥적이고 추상적인 제작 방식으로 작가의 개입을 줄인 조형 실험의 결과물이다.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는 중세의 벽 낙서를 연구하며 오랜 시간 축적된 인간의 흔적과 시간에 의해 씻겨 내려간 풍화 자국에 주목했다.

전시장에서는 오래된 건물의 외벽 일부를 떼어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부터 색면 추상을 연상케 하는 작품까지 평면의 외형을 취하면서도 판화나 조각, 회화 같은 복합적인 성질을 드러내는 작업을 볼 수 있다.

작가는 폐고무판이나 스티로폼, 유리판 위에 물감을 뿌리고 제스모나이트라는 소재에 돌가루, 쇳가루, 금박, 은박 등을 섞어 수차례에 걸쳐 층을 쌓는다.

재료가 굳은 후 거푸집처럼 사용되는 판을 분리하면 우연의 효과가 강조된 안쪽 표면이 드러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서울에서 비누 작업이 아닌 작품으로 개인전을 여는 것은 처음"이라며 "한가지 조형언어만 쓰기보다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비누가 아닌 재료로 작업하려고 오랫동안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조각적 접근을 버리고 그림처럼 보이는 조각을 시도했다"라며 "어떤 형태를 의도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시간이 응축돼 생성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달 29일까지.
비누작가 신미경의 새로운 실험…회화같은 평면조각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