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미나리'의 경쟁작 '노매드랜드'…삶의 자유·자연 그린 '로드 무비'
아름다운 자연, 그 속에서 느끼는 자유는 특별하다. 외롭고 고단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도 연결이 이뤄진다. 공동체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지만 어느 곳에나 있다. 영화 ‘미나리’의 강력한 오스카상 경쟁작 ‘노매드랜드’는 자연과 길, 그리고 사람의 연결을 다룬다. 이질적인 요소들의 교차점을 찾아내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아냈다.

오는 15일 국내 개봉하는 이 작품은 지난 2월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해 많은 화제가 됐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아시아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다.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미나리’와 최고 영예인 작품상 등을 두고 경쟁한다.

영화는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된 후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이라는 여성이 밴을 타고 노마드(유목민)적 삶을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낯선 길 위의 작고 좁은 밴 속에서 먹고 자는 생활이 결코 편하지만은 않다. 그는 이동하면서도 물류창고 노동자, 도넛가게 보조, 캠프 청소 등으로 돈도 벌어야 한다. 화장실 이용 등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펀의 공허한 삶을 길과 자연이 위로해 준다. 로드무비답게 아름다운 자연과 그 여정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보일 만큼 생생하게 담아내고 편집했다. 이를 연기한 맥도먼드도 실제 유목민처럼 느껴진다. 그가 노을을 바라보는 장면은 어느 유목민의 모습을 그대로 찍은 것 같다.

펀의 여정에는 다양한 만남이 존재한다. 노마드적 삶이지만 늘 그 길엔 공동체가 있다. 때론 많은 사람이, 때론 한두 사람이 그와 만난다. 그렇게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도시 안에서의 만남과는 또 다른 차원의 연결을 제시한다. 그 연결은 새롭게 희망을 갖고 또 떠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기에 아쉬움과 슬픔보다 작은 환희가 번진다. “이 생활을 하면서 제일 좋은 건 영원한 이별이 없다는 거예요. 늘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인사하죠.”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