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년전 궁중잔치 재해석…국립국악원 70주년 기념 '야진연'

"아버지 고종과 아들 순종이 기로소 입소 축하연에서 무슨 말을 했을까 생각했어요.

순종은 담담하게 아버지에게 술을 올렸을 거라고 보고 작품을 구성했어요.

"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 기념 공연 '야진연'(夜進宴) 연출을 맡은 조수현 감독은 8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약당에서 열린 프레스 리허설에서 "역사를 보면 순종은 거부하지 않고 숙명으로 받아들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감독은 1902년 4월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기로소(耆老所·조선 시대 조정 원로들의 예우를 위해 설치한 기구) 입소를 축하한 진연(進宴·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궁에서 베푸는 잔치) 중 밤에 연 잔치를 재해석했다.

기로소에 간다고 해서 임금이 왕위를 물려주는 건 아니다.

다만 일종의 '명예의 전당' 형태로 궁궐 밖 친목 기구에 이름을 올리고 상호 교류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조선 관리들은 기로소에 들어가는 걸 영예로 여겼다고 한다.

조 감독은 고종이 먼저 기로소에 가고, 마지막엔 순종이 계단 위쪽을 바라보도록 해 아버지의 길을 따른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또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으로 무대를 둘러싸 기로소를 무릉도원으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바탕 놀고 나면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살리고자 했다"며 "코로나19로 힘든데 일상에서 축제의 의미를 되새기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찾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감독에게는 이번 무대가 그의 첫 연출작이다.

그는 전통의 원형은 최대한 살리면서 무대 위 표현 기법은 첨단기술을 접목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진연의 현장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펼쳐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서인화 국악연구실장은 "국립국악원이 소장한 '임인진연도병' 속 진연을 토대로 했다"며 "저녁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건 처음이다.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재위하던 격변의 시기를 돌아보자는 취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9~14일 예악당에 이 작품을 올린다.

경운궁(현 덕수궁) 함녕전에서 저녁 잔치로 열린 진연 중 의례를 제외하고 음악과 춤이 중심이 된다.

원래 의례를 중심으로 연주와 궁중무용이 진행됐지만 열두 종목의 궁중무용은 제수창, 장생보연지무, 쌍춘앵전, 헌선도, 학연화대무, 선유락 등 여섯 종목으로 줄였다.

또 정동방곡, 여민락, 수제천, 해령 등 궁중음악도 연주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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